[오풍연 칼럼] 아직 오리무중이다. 수출 규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 간 싸움에 웃는 측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한국이 주춤하면 중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일본도, 중국도 견제해야 할 처지다.
한일 갈등은 어떻게 봉합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두 나라 모두 좋을 리 만무하다. 우리 기업도, 일본 기업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피해가 더 큰 측이 무릎을 꿇을 것 같다. 일본은 자기네가 이길 것이라고 자신할 터. 우리도 호락호락하게 굽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경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까닭이다.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냥 감정적으로 이런 발언을 할 리 없다. 충분히 검토하고, 생각한 뒤 작심 발언을 했을 게다. 15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비장한 어조로 일본을 질타했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호기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이 이번에 전례 없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시킨 건 양국 관계 발전의 역사에 역행하는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한 뒤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속보 형식으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보도했다. 일본 역시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의도가 거기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는 상호의존과 상호공생으로 반세기간 축적해온 한일 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조치를 엄중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갈등은 전적으로 일본 측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 카드로 선제공격을 해온 것은 맞다.
걱정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싸움을 하면 이겨야 한다. 우리가 그런 힘이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오히려 일본 측의 의도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정부는 냉정해야 한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면 안 된다. 일본과 싸우더라도 꼼꼼하고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외교라인이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적을 알아야 이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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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