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최저임금, 사용자 양보와 노동자 희생의 산물
2020 최저임금, 사용자 양보와 노동자 희생의 산물
  • 권의종
  • 승인 2019.07.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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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면 성공작, 남은 건 성실한 실천...이해 상충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해법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산고 끝에 옥동자가 탄생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보다 240원 올랐다. 사용자안 8,590원과 근로자안 8,880원이 표결에 부쳐진 결과다.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이 채택되었다. 의결된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되고, 장관은 노사 양측의 이의 제기 과정과 이에 따른 재심의 등을 거쳐 확정 고시한다.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내년도 상승률 2.9%는 역대 3번째로 낮다. 최저임금 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1998년 9월∼1999년 8월 적용 최저임금(2.7%)과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에 이어서다. 현 정부 들어서도 최저 수준이다.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 오른 7,530원이었고, 금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인상률은 10.9%였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의 대선공약은 물거품이 되었다.

사용자안이 채택되자 경영계는 싫지 않은 내색이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노동계는 큰 불만이다. 반발이 거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거친 논평을 냈다.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히 거짓 구호가 됐다"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총파업 등 전면 투쟁도 예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자그마치 415만 명이라는 추산이다.

자영업 현장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자영업자들은 소폭 증가에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최저임금이 인하되거나 동결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을 못 삭인다. 취업자들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된 인상 폭에 대한 실망감이 뚜렷하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당장 먹고 살기조차 힘들며, 취업까지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내년 최저임금 시급 기준 8,590원...경영계는 싫지 않은 분위기, 노동계와 취업자는 큰 반발

그래도 이번 결정은 예전과 달랐다. 비교적 원만한 결말이 맺어졌다. 극심한 대치의 파행도 많지 않았다. 예정된 심의 기일도 넘기지 않았다.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차선의 평가는 받을만하다. 무엇보다 위원들의 노고가 컸다. 당면한 경제 여건을 성찰한 흔적이 역력하다. 실물경기가 침체되면서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 미·중간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가 숨통을 죄는 내우외환의 현실을 감안한 게 분명하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고민도 엿보인다. 지난 2년간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도 염려한 듯하다. 실제로 근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상당수 취약계층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냈다. 또 이것이 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경제의 주름살을 더 깊게 했다. 통계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결단도 한몫했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2020년 달성의 공약 이행이 곤란함을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혔다.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그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세간의 의구심에 마침표를 찍었다. 좋은 방안도 현실에 부합되지 못하면 수용치 않겠다는 의지를 직접 천명했다. 공약보다 현실을 중시한 실사구시의 용단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그동안 힘겹게 합의된 결정인 만큼 앞으로 철저히 지키는 일만 남았다. 섭섭한 노동계에 대한 설득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들이 반발하는 이유에 공감하는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떨어진 데다, 이번 속도조절까지 현실화한 점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게 맞다. 그들로서는 반발이 당연하다는데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섭섭한 노동계 설득이 시급...경제가 어려운 만큼 노사가 한발 씩 양보, 상생의 지혜 모을 때

당면한 경제 여건이 어려운 만큼 서로 한발씩 양보하고 협조하며 상생의 지혜를 모으는 게 정도(正道)다. 차제에 침체된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는 반전의 계기로 삼는 지혜가 더없이 요구된다. 특히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경제 위기 여건에서는 노사의 합심 대처가 필수적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행여 이번 결정이 노동시간 단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향후 굵직한 현안 처리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일도 절대 없어야 한다. 그럴 리 없겠지만, 공연한 노파심이 뜬금없이 고개를 든다. 과민한 신경 탓일까, 아니면 하수선한 시절 때문일까.

최저임금은 사용자에게 최저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에 해당한다. 좋은 취지의 제도라 하더라도 임금 인상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적은 금액도 주는 쪽에서 보면 크고, 큰 금액도 받는 입장에서는 적게 느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적의 대안은 존재하기 어렵다.

내년도 최저임금 8590원은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240원 올랐다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지난 3년간 인상률을 평균하면 9.9%로 추세를 통합해 이해하는 시각도 필요하다. 이해가 상충될 때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유효한 해법이 된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곤 한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에는 사용자의 양보와 노동자의 희생이 함께 녹아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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