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나도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하는 행태는 거기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의 기업 문화는 약자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 몇 차례 얘기했지만 나도 우회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 중의 하나다. 삼성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
그렇더라도 지금 삼성은 안팎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상당히 위협적이어서 제 아무리 삼성이라도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밖으로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매우 간사하다. 그들의 국민성이 그렇다. 우리게게 가장 아픈 데를 찔렀다. 대한민국, 나아가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삼성을 건드리면 대한민국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봤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낌새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품목은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것을 갖고 우리의 목줄을 쥐었다고 할까.
12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과 일본 실무자들끼리 만난다. 대표단도 당초 5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급도 과장급이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대화가 오가겠는가. 우리로서는 안 만날 수 없어 만난다고 해야할 것 같다. 일본 측은 격도 일부러 낮추고 있다. 최소한 국장급은 되어야 어느 정도 속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윤부근 부회장을 대신 내보냈을까.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 시간에 이 부회장은 도쿄에서 일본 측 인사들을 만났다. 일본에 머문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지난 7일 저녁 일본으로 건너간 이 부회장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방법을 찾지 못하면 체류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전문 경영인이 할 일이 있고, 오너가 할 일이 따로 있다. 이 부회장은 오너로서 해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래야만 삼성이, 대한민국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다. 조만간 검찰의 조사를 받을 공산도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사건과 관련해서다. 지금까지 삼바와 삼성전자 임원 등 8명이 구속됐다. 영장이 기각됐던 김태한 삼바 사장도 최근 다시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 조사에 앞선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부회장마저 수사 대상이 되면 어떻게 될까.
법 앞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위기를 감안해서라도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신중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 만의 생각은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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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