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삼시세판(三時三判)' 정신과 공동체 의식
유대인의 '삼시세판(三時三判)' 정신과 공동체 의식
  • 권의종
  • 승인 2019.07.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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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동포 돕는 ‘무이자 대출제도’가 성공 열쇠...차원 높은 도덕성과 성숙한 의식 필요

[권의종의 유대인소비학] 유대인은 한 형제다. 능력껏 벌어 필요에 따라 나눠 쓴다는 공동체의식이 투철하다. “아무리 길고 훌륭한 쇠사슬이라도 한 개만 부러지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탈무드의 ‘고리론’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 스스로 수직적·수평적 생태계를 꾸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유다.

성공한 유대인들은 다른 유대인을 돕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아이디어를 모은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어야 한다”, “동족에게는 이자를 취할 수 없다”라는 율법의 가르침에 따라서다.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유대인의 미국 이민 후에도 지속하고 있다. 가난한 동포를 돕는 ‘무이자 대출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새로 창업하거나 사업 실패 후 재기를 도모하는 사람에게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18세기 이후 유럽에서 운영된 ‘헤브라이인 무이자 대출협회’가 모태다. 실패한 창업자에게 3번까지 무이자 조건의 대출 기회가 주어진다. 3번의 대출횟수는 대충 정해진 게 아니다. 두 번 이상 실패를 해봐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그들만의 경험 법칙에 기초한다. 첫 번째 시도에 실패하고 두 번째에도 잘못되더라도 세 번째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이런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유대인은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되레 실패도 자산으로 여긴다.

벤처투자 펀드도 발달해 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환경도 사실상 유대인들이 주도한다. 인구 894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강한 이유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만도 94개나 된다. 1위 미국, 2위 중국에 이어 세 번째다. 유럽 국가 전체를 합한 것보다 많다. 스타트업 기업 7,600만 개, 인구 1인당 창업 비율 세계 1위, 인구당 노벨상 수상자 세계 최다 기록이다. 고용인력 1만 명당 과학기술자도 140명에 이른다.

공동체의식이 몸에 밴 유대인... 실패한 동포의 재기 지원을 위해 ‘무이자로 3번까지’ 대출

유대인의 재기 지원은 다른 나라 기업들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실제로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은 바 컸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제도의 화려한 겉모습만이 아니다. 정작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제도운영의 내면에 있다. 이토록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긴요하다.

만약 이런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 시행된다면 어떠할까? 이자도 받지 않고 그것도 3번씩이나 돈을 빌려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물론 나라별로 다르겠지만 십중팔구 사람들이 ‘눈먼 돈’으로 알고 마구 갖다 쓸 소지가 다분하다. 기금이 금세 고갈되어 제도가 오래가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유대인의 경우는 전혀 뜻밖이다. 신기할 정도로 제도가 잘 운용된다.

무이자 대출의 회수율은 통상 80%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 대출금을 상환치 않거나 못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얘기다. 자금을 지원받아 성공한 사람들은 이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또다시 기부한다. 거액의 출자도 서슴지 않는다. 기금은 점점 불어난다. 그렇다고 유대인은 무이자 대출제도를 반기지 않는다. 외부 도움을 받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긴다. 될 수 있으면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력갱생하려는 의지가 남다르다.

중요한 것은 무이자 대출과 지원 횟수가 아니다. 수준 높은 제도에는 차원 높은 도덕성과 성숙한 의식이 요구된다. 이게 바로 유대인의 성공 열쇠다. 유대인은 자기들이 특별한 백성이라는 점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런 일이 수천 년이나 계속된 결과 실제로 특별한 백성이 되었다. 그들이 특별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스스로 그런 역할을 자기들에게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존감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유대인이 해낸 일을 못 해낼 대한민국이 아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경제칼럼니스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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