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지난 달 30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판만 깔아주었다. 조연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것.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객(客:손님)이라는 조롱섞인 말까지 했다. 나는 처음부터 문 대통령의 조연 역할을 평가한 바 있다. 훌륭히 잘 해냈다고. 그 같은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조연이 더 어려운 까닭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7일 방송될 채널A ‘외부자들’에서 양 정상의 빅 이벤트성 만남에 대해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해 조연이 돼야 한다는 걸 수용하고 그 길을 자처한 용기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야당 의원이 이처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떻게든 대통령을 물어뜯고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 문 대통령이 못하는 게 많다. 그러나 잘 하는 것은 잘 한다고 격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는 하 의원을 눈여겨 보고 있다. 대한민국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하는 국회의원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의원들보다 기발한 지적을 자주 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머리도 좋다는 생각도 든다.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함께 출연한 다른 패널들도 문 대통령을 평가했다. 진성준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하노이회담 이후 북미 사이에 큰 간극을 확인한 것 같다”면서 “우리도 북핵 문제 당사자이긴 하지만 관계정상화, 제재해제 문제 등 북미 간 해결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조연을 자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는 “애초에 한미정상회담부터 문 대통령은 이 만남을 생각했을 것이고 (그 만남을) 조종하는 역할을 문 대통령이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에게 다소 비판적인 정옥임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철저히 양자 회동을 원했다는 여러 정황이 있다”면서 “결국 자유의 집에서 양자 회동만 가졌고 (문 대통령이) 자처한 것이 아닌 어차피 조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동관 전 수석도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53분의 회동 자체는 의미 있었다”고 나쁘지 않은 점수를 주었다.
또 다시 얘기하지만 조연을 좋아할 대통령은 없다. 모든 나라 대통령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한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이 숟가락을 얹자고 했으면 틀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철저히 자신을 낮췄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53분간 만나는 동안 자유의 집 다른 방에서 대기를 했다. 그 시간에 무슨 상상을 했겠는가. 오로지 얘기가 잘 돼 북미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랐을 것으로 본다.
나도 문 대통령을 많이 비판한다. 국가를 잘 운영하라는 마음에서 건설적 비판을 하려고 노력한다. 대통령이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권력이 비판을 받지 않으면 다른 길로 새거나, 오만해진다. 권력을 비판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회는 견제와 균형 속에서 발전한다. 하 의원의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높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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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