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시중은행 '지방금고' 유치전…부작용 많아 '출혈경쟁' 막아야
가열되는 시중은행 '지방금고' 유치전…부작용 많아 '출혈경쟁' 막아야
  • 임동욱 기자
  • 승인 2019.07.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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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계약만료 49개 금고 놓고 벌써 거대 협력사업비 약속 등 대대적인 '로비'
지방경제계는 과당경쟁막을 제도개선 촉구…금감원 , 출혈경쟁 실태조사 착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임동욱 기자] 하반기에도 시중은행들이 연말에 계약이 만료되는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49개 지방자치단체가 금고의 은행 입찰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현 금고는 지키고 새로운 금고지기로 선정되기 위해 협력사업비 제공을 약속하는 등 다양한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금고유치를 둘러싼 시중은행들의 출혈경쟁은 많은 부작용을 수반해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중은행들이 지방은행 금고유치전에 뛰어들어 지방은행들을 고사위기로 몰면서 지방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고객들의 편익증대로 돌아와야 할 협력사업비가 지자체 퍼주기용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면  연말 4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금고 계약이 만료돼 은행 입찰에 부쳐진다.  시중은행들은 지자체에 ‘금고 업무 관련 출연금’이나 ‘금고 협력사업비’등 자금지원을 약속하면서 현재 관리하고 있는 금고는 지키고 새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선정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이 그동안 지방은행이 맡아온 지자체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우선 거액의 지자체예산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사업비를 내고도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짭짤하기 때문이는 분석이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금고 규모는 약 341조577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공무원과 지역주민까지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신뢰감과 브랜드 가치 향상이 기대되는 점도 은행 측에서는 매력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중은행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엄청난 협력사업비를 쏟아 부으면서 지자체금고시장을 맹공했다.

은행연합회 자료를 보면 우리·신한·NH농협·KEB하나·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해 지자체, 대학, 병원에 협력 자금 명목으로 지급한 자금이 1957억원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673억원을 지급해 가장 많고 이어 신한은행 606억원, 농협은행 355억원, 하나은행 220억원, 국민은행 103억원의 순을 보였다.

연말 계약만료 49개 지자체금로를 잡아라

연말에 지자체에서 49개 금고 계약이 만료되는 것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은 벌써 수면아래서 뜨거운 금고 쟁탈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맡고 있는 금고는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금고지기로 재 선정되고 여기에 새 금고를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로비활동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지자체 금고시장 점유율이 비교적 높은 농협은행은 무엇보다도 기존금고를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은 165개의 지자체 금고지기를 맡고 있는데 연말에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등 10곳의 시·도 금고 계약이 만료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금고지기로 재선정돼야 한다면 최고경영진이 엄명을 내린 상태다.

신한은행은 23개의 지자체 금고를 맡고 있다. 이중 올해 말 만료되는 금고는 강원 강릉시, 충북 충주시, 경북 안동시 등 3곳이다. 강원도 원주시 금고 계약은 내년 만료된다. 서울시 제2금고지기로 선정된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기존 금고를 경쟁은행에 넘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란 각오다.

우리은행은 현재 22개의 지자체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2금고 1곳, 강남구청과 서초구청 2금고 2곳, 경기도 광명시 금고 1곳 등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맡고 있는 지자체 금고의 만료일이 모두 2022년 말이어서 느긋한 편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 지자체 금고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10개의 지자체 금고를 맡고 하고 있다. 올해 연말 전북 군산시와 경북 울진군 금고계약이 만료돼 재입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2020년 말에 만료되는 지자체 금고는 부산광역시와 광주광역시다. 하나은행은 충청남도 금고가 올해 말 계약이 만료돼 1개의 금고를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지자체 금고지기로 선정되기 위해 해당 지자체를 직접 공략하는 것도 못지않게  새로운 금고 선정 기준을 충족시키기 못하면 경쟁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노력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행안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기준에 따르면 지자체 금고 선정 시 협력사업비 과다 출연을 방지하기 위해 평가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축소하고 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확대했다. 또 지역 주민들의 이용 편의성을 위해 각 은행들의 지자체 행정구역 내의 관내 지점 수에 대한 배점을 5점에서 7점으로 높였다.

여기에 신용평가에서 시중은행보다 불리한 지방은행 등 중소 규모 은행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외기관 신용도 평가 배점도 6점에서 4점으로 조정했다. 환경단체들은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을 요구하며 탈석탄에 투자하는 은행을 지자체 금고 선정시 우대할 것을 지자체에 촉구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종래처럼 협력사업비를 더 낸다고 해서 금고지기로 선정되지 않는 만큼 한층 까다로워진 새 기준을 맞추는데 종래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고사위기 등 속출하는 부작용이 문제… 출혈경쟁 막을 제도개선 시급

시중은행들이 지자체금고를 휩쓸면서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이 고객을 상대로 얻은 수익을 엉뚱하게 특정 지자체에 퍼주는 것이 과연 공정하고 바람직한 일인가라고 묻는다.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한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금융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편익이 지자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막을 제도 정비와 금융당국의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동안 각 지방은행이 맡아 관리해오던 금고를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시중은행들이 가로챌 경우 지방은행을 고사위기로 몰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지방경제에 대한 원활한 금융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지방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얼마전 6개 지방은행 은행장과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해 시중은행의 지자체 금고유치경쟁으로 지방경제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정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노조 지방은행노조협의회(의장 최강성)와 지방은행들은 공동호소문에서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금융기관의 지역사회 역할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지방은행 평균 순이익의 13%가 지역사회로 환원됐다. 같은해 말 지역중소기업에 지원된 전체 대출 중 54.9%를 지방은행이 담당했다.

노사는 “일부 시중은행이 기관 출연금과 예금금리 같은 돈으로 금고를 매집하고 있어, 지역민 부담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역외로 유출될 것이 분명하다”며 “혈맥이 막힌 지방은행은 경제 선순환 역할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지방경제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논란을 빚자 금감원이 최근 시중은행의 지자체 금고유치 출혈경쟁실태조사에 나서 주목된다. 금감원은 이 조사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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