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아니라 '금융사업자보호'
금융소비자보호 아니라 '금융사업자보호'
  • 조연행
  • 승인 2019.06.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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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국민 속이고 금융사업자 편 들어...국회와 정부 모두가 '직무유기'

[조연행 칼럼]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보호 이슈가 급상승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 각국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중심에 두고 금융감독기구를 영업행위 감독과 건전성 감독을 분리한 ‘쌍봉형’ 체계로 바꾸면서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정부 뿐만 아니라 여야 할 것 없이 금융소비자보호를 외쳤다.

그러나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발의했음에도 각자의 당리당략과 정부 부처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10년이 더 지나도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조차 만들지 못했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똑같은 법이 상정됐지만 유산될 가능성이 거의 100%다.

국회도 그렇지만 금융위원회 등 정부 역시 말뿐이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 말고도 정부가 의지만 가지면 해결할 수 있는 시행령, 시행규칙, 규정, 기준 등으로 고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도 많다. 이것만 제대로 활용해도 '금융소비자보호'는 잘할 수 있을 텐데, 정부는 현 상황을 고칠 마음이 전혀 없다.

지난 70여년간 산업위주의 정책으로 공무원들의 사고와 법과 제도가 공급자 위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권리를 보호받을 '언덕'이 없다. 현 상태에서는 아무리 금융소비자보호를 외쳐도 공급자들의 소비자에 대한 '횡포'는 멈출 수 없다.

명백한 공급자 횡포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보험약관을 잘못 만들었지만 소비자들을 대법원 소송까지 끌고 가 패소한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소송도 소송 참여자 외에는 모두 소멸시효가 완성돼버렸다.

지급을 해야함이 명확한 즉시연금도 소송으로 시간을 끌어 소송참여자 외에는 소멸시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험금을 청구한 보험가입자의 질병정보를 모든 보험사가 개인동의 없이 공유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경우도 이의 입증자료를 가입자가 내놓아야 해서 소송을 계속할 수도 없었다.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를 유출한 카드사소송에서 승소해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송에 참여한 1만여 명이 끝이다. 수십 억 원을 몇억 원으로 틀어막은 셈이다. 나머지는 소멸시효가 완성돼 보상받을 길이 없어지고 카드사는 완전 면책의 자유를 얻게 됐다. 수천억 원, 수조 원 규모의 금융소비자피해가 발생해도 금융사들은 손해없이 그대로 생존하고, 또 다른 소비자 피해를 야기해도 아무런 문제없이 영업을 지속하게 된다.

금융회사가 소비자문제를 발생시켜 소비자와 소송을 하면, 금융회사가 패소해도, 승소해도 승자는 모두 금융회사다. 일종의 통과의례로 법원을 거쳐 가면 그뿐이다.

우리나라는 집단·단체소송제도, 징벌배상제, 입증책임전환제도의 소비자권익3법이 없기 때문에 공급자들은 소비자문제 발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비자문제가 발생해도 공급자가 입는 손해가 거의 없고, 공급자의 손해보상 비용보다 피해예방 비용이나 얻는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전에 소비자피해 발생을 막을 비용을 사전에 지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소비자권익 3법이 없으면 소비자권리는 말뿐이고, 소비자운동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이 소비자권익3법도 제정해야 한다는 말뿐이지 제정의 기미는 보이지 않아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유배당 보험계약자가 만들어 놓은 수십조 원의 장기 자산의 매각차익을 보험사 재벌주주가 독차지 하도록 하는 보험업감독규정을 만들어 놓고, 국회의원이 개정을 요구하니 법을 바꾸어 달라고 하는 뻔뻔함을 보이는 곳이 금융위원회이다. 금융위원회가 마음만 먹으면 공급자위주로 기울어진 시행령, 규칙, 규정을 얼마든지 소비자와 공급자가 평탄한 공정한 제도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는 움직이지 않는다.

보험사고를 당했을 때 피해자는 보상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인 손해사정사를 선정해 사고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상법에 손해사정비용은 보험회사가 내도록 돼있는데, 보험업감독규정에는 보험회사가 승인한 건만 비용을 내주겠다고 만들어 놓았다.

이는 상위법을 위반한 것이다. 금융민원의 30%가 넘는 보험금지급민원이 대부분이 보험사가 악용하는 위탁 손해사정법인에서 발생하고, 소비자가 선임한 독립손해사정사의 자격이나 권위는 쓸모없게 만들어 놓아 손해사정사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해 소비자들이 기댈 최소한의 언덕마저 무력화시켰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유명무실한 손해사정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 왔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도 손해사정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말 뿐이고 전혀 개선의 의지가 없다. 상법 정신에 따라 감독규정에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보고서를 그대로 인정하고, 선임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하면 된다.

그럼에도 최근 금융위원회는 손해사정이 필요 없는 실손보험에만 소비자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부여하고, 보험사가 손해사정법인에게 업무위탁 기준을 만들고 소비자 선임 동의기준을 만들라는 엉뚱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을 속이고 아직도 금융사업자 편을 들고 있다. 금융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말로는 금융소비자보호지만 행태는 '금융사업자보호'와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대한민국을 기치로 내걸고 고장난 소비자 피해구제 제도를 고치기 위해 집단소송제 전면도입·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말 뿐이고 실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 금융위원회도 '금융소비자보호'는 말 뿐이고 조직만 키우고 행동은 없다. 언제쯤 고쳐질까?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필자 약력>

조 연 행
/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회장(현재)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한국소비자중앙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부이사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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