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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신사업 포기와 R&D 지원의 엇박자
중소기업의 신사업 포기와 R&D 지원의 엇박자
  • 권의종
  • 승인 2019.06.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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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프로젝트 매니저(PM) 파견,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활성화 및 중장년 일자리 창출 기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중소기업 10곳 중 9곳 가량이 투자 확대나 신사업 진출은 꿈도 못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하반기 경영전략’을 통해 밝혀진 결과다. 기업의 86.4%가 ‘내실을 다지거나(60.2%), 사업 축소 등 생존 우선(26.2%)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답했다. 투자 확대(5.6%), 신사업·신기술 도입(8%)을 계획 중인 기업은 13.6%에 불과했다.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어둡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업의 51.2%는 올 상반기 대비 하반기 경영상황이 더 힘들 것으로 우려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11%에 그쳤다. 미래 성장전략 수립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현실에서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리 만무하다.

답답함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 정책은 여러 사람 의견을 들어 반영할 필요가 있다’ 등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기업이 경제심리를 회복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말이 좋아 호소이지 절규처럼 들린다.

정부도 손 놓고 있지 않았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해 무진 애를 써왔다. 작년 한 해만 해도 R&D 사업에 19조7,800억 원을 집행했다. 6만3,700개 과제에 평균 3억1,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기업으로서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지원이 집중되는 게 아쉬울 수 있다. 그렇다고 기초연구, 연구 인프라 구축, 공공성·범용성 기술개발, 연구성과 활용과 사업화에 대한 예산 책정의 필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10곳 중 9곳 중소기업, 신사업 진출은 꿈도 못 꿔... 정부 지원 풍성해도 기업은 몰라서 못 써

중소기업에 4조3,000억 원(21.5%), 대기업에 4,000억 원(2.1%)이 지원된 것만도 작은 규모가  아니다. 솔직히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성역’으로 대접받아 왔다. 경제가 어려워져 모든 경제주체들이 단죄를 받고 온갖 비난에 시달릴 때도 중소기업은 각계에서 쏟아지는 동정표와 지원책을 감당치 못할 정도다. 비판적인 언론이나 국민들도 약속이나 한 듯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다. 마냥 천사가 된다.

국회 예산심의에서도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깎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오히려 더 못주어 아우성이다. 사실은 정부의 R&D 지원 정책이 현실과 호흡이 안 맞는 ‘엇박자’라는 게 문제다. 제도가 기업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옥의 티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 지자체, 지원기관이 방대한 양의 R&D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금융처럼 상환 부담이 없는데도 R&D 지원 사업에 대한 기업의 활용도가 이상할 정도로 저조하다. 기업들이 서로 받겠다고 난리를 칠 터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지원 창구가 한산하고 경쟁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후에도 요건을 충족치 못해 중도 탈락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실적에 목맬 수밖에 없는 지원기관이 되레 애가 탈 지경이다. 왜 그럴까?

R&D 지원 사업을 모르는 기업들이 태반이다. 지원하는 기관이나 종류, 금액 등이 다들 제각각이다. 어디서 알아보고 어떻게 진행해야 될 지를 정확히 아는 기업이 드물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소문이 나지 않아 찾는 기업이 적은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이미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대거 신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 횟수와 금액을 제한하고 있으나 중복 수혜를 희망하는 열기가 여전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운영으로 소수 기업에 지원 편중... 좀비 기업과 컨설팅 업체까지 창궐

연구개발 지원금을 노리는 기업의 출몰도 잦다. 애당초 제품화나 사업화에는 관심이 없고 정부 지원금으로 인건비나 경비를 충당하려는 좀비 기업의 초라한 군상이 자주 눈에 띈다. 정보에 어두운 기업을 물색, 정부 지원금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컨설팅업체까지 버젓이 활개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운영, 연구개발 중복성 확인 곤란, 허술한 사후관리의 틈새로 아까운 혈세가 새고 있다. 

서류 작성도 기업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지원 기관의 입장에서야 신청 사업을 심사할만한 자료를 요구하는 건 당연지사다. 기술성, 시장성, 사업성을 따져보려면 자료 징구를 피하기 어렵다. 기업의 편의를 위해 제출 서류 양식을 예시하고 작성방법을 소상한 설명은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상이 분주한 중소기업 형편에서는 서류 작성부터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감당할만한 인력도 마땅치 않다. 기존 업무에 바쁜 인력을 따로 빼내 전담시킬만한 여유가 없다. 적게는 수십 쪽, 많게는 백 쪽이 넘는 서류를 작성하려면 회사 전체가 나서야 한다.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 그러고도 상당한 노력과 시일이 소요되어 제출 시한에 맞추기조차 힘들다. 중소기업에게 대기업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리일지 모른다.

외부 전문가를 기업에 파견, R&D 지원 사업을 돕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될만하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출신의 전문 인력을 프로젝트 매니저(PM)로 활용,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의 R&D 지원 사업에 대한 기업의 활용을 늘리면서, 중장년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왕 도와줄 바에는 제대로 도와주는 게 맞다. 힘 있는 정부보다 자상한 정부를 기업들은 반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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