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최위원장은 키고를 '금감원 흔들기'에 이용치 말고 책임감 갖고 해결에 나서야
[금융소비자뉴스= 박홍준 기자] 키코사태와 관련, 중립적인 입장에서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해야할 책임자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스스로 '은행 편'이라는 불순한 마음을 드러낸 무책임한 언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키코 피해 기업들 모임인 키코공동대책위원회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일 최 위원장이 "키코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발언에 대해 "금융위원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발언에 신중해야 하는데, 최종구가 지난 2년 동안 숨겨온 불순한 마음이 이번에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사람에게 (문재인 정부가) 금융위원장 권한을 위임했다"며 "최종구의 망언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키코사태는 지난 2007년 말 은행들의 권유로 환위험 헷지를 위해 키코(KIKO) 상품에 가입했으나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를 해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큰 손해를 입고 파산한 사건을 말한다. 은행과 피해기업들은 불완전판매 문제를 놓고 법정소송등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일부 기업들이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은행이 잘못을 저지른 정황이 담긴 2010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지난해에는 당시 키코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과도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담긴 보고서가 나오면서 금융감독당국이 재조사에 나섰고, 다음달 초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키코 피해 외면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가장 중립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해야 하는 자가 공무원"이라면서 최 위원장이 사실상 은행 편들기를 하는 불순한 마음을 드러내는 망언을 강력히 규탄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최 위원장이 지난해 5월 키코사태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대상으로 삼을 것을 지시하고서도 결국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뒤집은 것은 금융위가 내달 초에 예정된 키코 사건의 분쟁 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감원 흔들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키코사태를 책임감있게 해결할 것을 촉구 했다.
이어 최근 최 위원장의 무책임한 언행에 키코 피해기업들은 남아있던 신뢰와 희망마저 잃어버린 상황이라며 최 위원장에 대해 키코피해 기업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망언을 중단하고, 더 이상 금감원과 무의미한 날 세우기를 멈출 것을 주문했다.
이대순 키코공대위 공동대표(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도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금감원에 대한) 아주 심각한 월권"이라며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로지 자기 자리만 생각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사실 “(은행들이) 작은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 경제를 망쳐버렸다"고 비판하면서 키코사태에 대한 최 위원장의 안이하고 편파적인 인식을 질타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금융당국, 사법당국 중 어느 한곳이라도 제대로 돼있었다면 키코사태가 10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조위 결과는 키코사태가 정상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그런데 금융위원장이 황당한 발언으로 기업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해 5월 키코를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대상으로 삼은 것은 금융위"라며 "결국 최 위원장 스스로가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우스운 형국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최 위원장은 피해기업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망언을 중단하고, 즉각 사과해야 한다"며 "이제라도 금감원과 적극 협력해 키코 사건을 책임감 있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