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든 우리 기업엔 ‘피로회복제’ 정책 처방 긴요
지치고 힘든 우리 기업엔 ‘피로회복제’ 정책 처방 긴요
  • 권의종
  • 승인 2019.06.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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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보다 위로가 약 될 수 있어...이래저래 샌드위치 신세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딱한 현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작금의 화웨이 사태가 딱 그렇다. 미·중 무역 전쟁이 패권다툼으로 번지며 그 틈새에 낀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사면초가다. 진퇴양난 국면이다. 미국이 동맹국에게 '반(反)화웨이 제재' 행보에 동참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부터다.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이라며 화웨이와의 결별을 주문했다.

중국 정부도 가만있지 않았다. 중국 경제개발기획원과 상무부 등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불러 화웨이와의 거래를 지속해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상무부를 통해 ‘신뢰할 수 없는’ 해외기업 명단을 만드는 과정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공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말이 주문이지 위협으로 들린다. 

우리 정부는 신중 모드다. 화웨이 문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로키(Low Key)' 외교 기조를 유지 중이다. 미·중 분쟁 문제를 해결할 조직을 구성하라는 국무총리의 지시가 있었던 게 고작이다. 미국과 중국 양측 눈치를 보며 대응을 미루다 중국의 보복을 자초했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처방을 쏟아낸다. 백가쟁명에 그치는 게 흠이다. 어느 하나 속 시원한 해법이 안 보인다. 향후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의 상태다. 애꿎은 기업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비상전략회의 개최 등 나름대로 안간 힘을 써보지만 뾰족한 수가 나올 리 없다. 기업 자체적인 해결이 힘든 사안인 만큼 좌절감만 더할 뿐이다. 힘없는 약자의 설움이다.

대기업은 미·중 간 패권 다툼으로...중소기업은 현실성 뒤지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으로 곤욕

샌드위치 신세는 정부나 대기업만이 아니다. 중소기업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정부와 취업자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일자리를 늘여야 정부의 우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자리 양의 확대는 물론, 사업주와 근로자간 성과공유, 근로시간 단축기업 등이 평가 기준에 해당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토를 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일자리 창출기업을 우대 지원, 일자리의 양과 질의 개선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실제로 지원을 받은 일자리 우수기업들이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바 큰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일자리의 양에 따라 우대하겠다는 발상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정부 지원책을 미끼로 채용을 늘리려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일자리 정책은 그렇게 단순히 설계될 사안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시행으로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기업들이 즐비하다. 기업을 돕겠다는 정부 지원제도가 되레 그들을 힘들게 하는 모양새다.

‘기업을 위한 정책’이 되어야지 ‘정책을 위한 기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정책 효과만 염두에 두고 정작 도움을 필요한 기업의 입장은 헤아리지 못함을 반증한다. 정부로부터 지원 좀 받아보겠다고 치솟는 인건비 부담을 끌어안고 마냥 고용을 늘려갈 수 없는 노릇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는 그럴 만한 힘도 없고 여유도 남아있지 않다.

‘기업을 위한 정책’ 아닌 ‘정책을 위한 기업’ 돼선 안 돼...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늘릴 수 있어

노동집약적 경영으로는 승산이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욱 그렇다. 글로벌화 진전으로 원가 우위와 차별화 우위가 핵심 경쟁전략이 되었다. 특히 사람을 줄이거나 무인화로 이행치 않고는 경쟁우위가 부지되기 어렵다.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앞 다퉈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인건비 부담이다. 내수시장에나 목맬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로서는 원가나 경비 절감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더욱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인간처럼 움직이는데 급급했던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작업들을 대신하며 무인화와 자동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복잡한 작업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전 산업 모든 직종에 파고 들며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사람보다 말귀를 더 잘 알아듣고 실수 없이 빠르게 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이런 제반 요인들로 인해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기 어렵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응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지라 남 생각할 겨를이 없다. 솔직히 남 돕자고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는 구조다. 기업이 우선 살고 봐야 고용도 늘리고 사회적 기여도 가능하다.

기업도 일자리 늘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업이 잘 돼 사람이 더 필요해지면 정부가 말 안 해도 더 뽑게 마련이다. 정부 정책에는 ‘순한 양’이, 취업자에게는 ‘선한 양’이 되고 싶다. 사업이 어려워져 동고동락한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처절함은 당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지치고 힘든 기업들에는 강요보다 위로가 약이 될 수 있다. ‘피로회복제’ 정책 처방이 긴요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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