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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털루 전투와 정보전, 그리고 빅데이터 혁명
워털루 전투와 정보전, 그리고 빅데이터 혁명
  • 권의종
  • 승인 2019.06.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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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잘 관리해야 일이 풀리고 돈도 벌어...침체된 한국경제 되살리는 전환점 되어야

[권의종 칼럼] 정보가 돈이다.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니다. 귀에 못 박힐 정도로 들어온 터라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럼에도 정보로 떼돈을 번 얘기는 흥미롭다.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근대 유럽의 금융 거부 로스차일드가(家)는 정보의 선각자다.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일찍 깨달았다. 실제로 그들의 자본형성 과정을 보면 정보력이 큰 힘이 되었다.

1815년 유럽에서는 세계사의 운명을 가를 큰 전쟁이 벌어졌다. 워털루 전쟁이다.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승리하면 프랑스가 유럽의 맹주가 되고, 웰링턴이 이기면 영국이 패권을 거머쥘 형세였다. 로스차일드가는 전쟁 승패를 알기 위해 유럽 내 정보망을 풀가동했다. 동족 유대인의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했다. 그해 6월 18일 브뤼셀 근교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하고 말았다. 로스차일드 런던의 네이선이 이 정보를 영국 왕실보다 먼저 손에 넣었다.

네이선은 곧장 증권시장으로 향했다. 전쟁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던 투자자들의 시선이 큰손인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눈빛 지시에 따라 네이선 직원들이 국채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이를 본 투자자들은 영국의 패배를 직감했다. 갖고 있던 국채를 덩달아 매도했다. 증권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투매가 거듭되며 주가도 폭락했다. 채권은 액면가의 5퍼센트 이하로 급락했다.

돌연 네이선의 눈빛이 달라졌다. 네이선 직원들이 이번에는 폭락한 채권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다음 날 반전이 일어났다. 나폴레옹이 8시간의 전투 끝에 병력의 3분의 1을 잃고 대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승전보가 하루 지나서야 날아든 것이다. 주식과 국채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네이선은 하루 만에 20배의 매매차익을 거뒀다. 영국 채권의 62퍼센트를 확보했다. 로스차일드가 영국을 샀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보 선점(先占)의 괴력이었다.

과거는 정보, 지금은 빅데이터 시대... 경쟁력 강화, 생산성 향상, 비즈니스 혁신의 최적 수단

정보의 가치는 여전하나, 의미와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 지금은 빅데이터 시대다. 데이터를 잘 관리해야 일이 풀리고 돈도 번다.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빅데이터는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 주기가 짧다. 수치 데이터 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한다. 과거에 비해 데이터의 양은 물론 질과 다양성 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 거대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수집도, 분석도, 관리도 어렵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기업은 고객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생산성 향상과 비즈니스 혁신에 큰 도움이 된다. 공공기관도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시민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회적 비용 감소와 더불어 공공 서비스 품질 향상을 기할 수 있다. 일거양득이다.

금융당국도 빅데이터 활용에 잰걸음이다. 금융위원회가 금융 빅데이터의 문호를 개방했다.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교육기관 등이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에 축적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금융회사는 신용평가모형의 혁신이 가능해졌다. 금융소비자로서도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트였다. 올 연말 안에 금융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도 오픈될 예정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의지가 있는 누구에게나 데이터와 분석시스템을 제공해 인공지능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데이터 기반의 혁신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금융당국 책임자의 발언이다. 방향 설정이 맞고 뜻도 참신하다. 각종 사회적 현안 해결에 유용한 역할이 기대된다. 워털루 전투보다 훨씬 치열하고 충격과 효과가 거대한 빅데이터 혁명, 빠른 선점으로 침체된 한국경제를 되살리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경제컬럼니스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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