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칼럼] 한국 축구가 또 4강에 올랐다. U-20 대회. 20세 이하 청소년 축구다.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붉은악마 이후 36년만이다.
정말 잘 싸웠다.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했던 아프리카 세네갈을 승부차기 끝에 3대2로 이겼다. 연장전까지 3대3. 최고의 명승부였다. 선수들도 잘 싸웠지만 정정용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경기였다. 기가 막히게 선수 교체를 했다. 이참에 우승까지 해라. 우리 모두 응원한다.
나는 정정용이라는 사람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유명 선수 출신은 아닐 게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박종환 감독도 그랬다. 무명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었다. 정 감독도 그 같은 길을 갈 것으로 본다. 참 믿음직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준다. 과정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승부의 세계다.
그런 점에서 정 감독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지금 기싸움을 한창 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도 정 감독을 본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옥석을 골라내는 것도 지도자의 역량이다. 막말을 해대는 정치인들, 그들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 정치인의 막말은 상대방을 향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감독. 말로 이쁘게 한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밤늦게까지 응원해주신 국민들 너무 감사드린다. 제가 오기 전에 약속했던 부분을 지키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향해 "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해줘서 감사하다"고 격려한 뒤 "남은 경기도 잘 준비해서 약속했던 걸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회 전 선수들이 우승을 목표로 삼겠단 말을 지켜보이겠단 뜻이었다.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닌 상황이 됐다.
정 감독은 4강 진출 원동력에 대해 "우리 팀은 하나다. 전체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든 스태프가 하나다. 그게 우리의 힘이고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오늘까지 기쁨을 만끽하고 내일부터 다시 준비하겠다"던 정 감독은 "끝까지 도전하겠다"는 말로 4강 에콰도르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국은 12일 오전 3시 30분 에콰도르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정 감독은 이날 이재익-김현우-이지솔, 세 센터백을 중심으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왼쪽 윙백에는 최준과 센터백까지 겸할 수 있는 황태현을 오른쪽 윙백으로 뒀다. 측면 빠른 자원이 포진된 세네갈의 공격을 틀어막겠다는 의지가 보인 선택이었다.
황태현은 전반까지 수비에 무게를 뒀다. 정 감독은 후반 초반 전세진을 빼고 조영욱을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조영욱 투입은 공격 활로를 모색하는 카드가 됐다. 조영욱은 오세훈과 사실상 투 톱으로 호흡을 맞췄고 2선 이강인의 패스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이강인은 1골 2도움으로 활약했다.
그렇다. 감독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경기였다. 이제 우승이다. 가즈아, 우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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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