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이햇님 기자] 인플레로 자신의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골드바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증시가 맥을 못 추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화폐명목가치를 절하는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설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골드바창구 직원들은 시중에서 화폐액면단위를 낮추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면서 금구입을 묻는 전화가 평월에 비해 대폭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명목가치를 절하할 경우 구권을 신권으로 무제한 바꿔주기 때문에 불안해할 이유가 없으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자신의 재산규모가 드러나는데다 대규모 현금자산이 인플레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이같은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심리는 실제 골드바 구매로 이어졌다. 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1~22일 골드바 판매액은 총 107억4천만 원으로 전달 판매액 81억7천만원을 이미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이들 4개 시중은행의 월별 골드바판매추이를 보며 지난해 12월 26억8천만원, 올해 1월 24억6천만원, 2월 32억9천만원, 3월 37억1천만원으로, 월 20억~30억원 선에 그쳤다. 그러나 리디노미네에션 추진설이 한창 나돌았던 4월 들어 월 81억7천만원으로 껑충 뛰더니, 5월엔 일찌감치 100억원 선을 돌파했다.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설은 지난 3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화폐단위변경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 견해를 밝히면서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달아올랐다. 최근 이 총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확인했지만 아직도 이설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세계경기침체 불안에 우리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증시가 속락하고 있는 등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는 한 인플레헷지자산 선호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여 골드바판매량의 증가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