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추락에 더욱 가슴 아픈 사람들
인보사 추락에 더욱 가슴 아픈 사람들
  • 김명서
  • 승인 2019.05.0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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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서 칼럼] 그 무렵 나이 드신 분들 사이에서는 이런 얘기가 쫙 퍼졌다.

“머지않아 무릎관절염에 신통방통한 약이 나온다. 바이오 치료법이라나? 닳아 없어진 연골을 다시 살려준다고 한다. 국산이라 치료받기도 수월하다. 이제는 무릎 통증에서 해방이다”

얘기가 나돈 공간은 주로 동네노인정 등 노인복지시설. 무릎통증에 획기적인 치료제가 곧 시판된다는 게 요지였다. “조금만 더 참자. 나들이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등산도 가능하다”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다고 한다. 무릎 때문에 고통을 겪던 분에게서 들은 얘기다.

무릎관절염은 55세 이상이면 2명 가운데 1명은 앓는다는 퇴행성 질환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연골이 닳아 관절 주변에 염증이 생기면서 나타난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망치로 때린 것처럼 쑤시기도 한다. 바깥출입마저 못하니 생활은 피폐해지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 대개는 진통제로 버티고,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

이런 고통을 일거에 없애주는 명약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희망이자 축복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 약이 바로 ‘인보사 케이주’다.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12일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라는 수식어를 곁들여 인보사의 국내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개발에 착수한 지 19년여 만에 1100억 원을 투자해 얻은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인보사와 관련한 소문은 훨씬 이전부터 나돌았다. 임상 결과가 좋게 나오자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를 중심으로 입과 입을 통해 빠른 속도로 번졌던 것으로 여겨진다.

기대 못 미친 인보사, 비싸고 계속 맞아야 하는 통증완화제

그렇지만 공식적으로 나타난 인보사의 모습은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당시 코오롱 측이 밝힌 접종 비용은 한 번에 400만~500만 원. 경제활동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근원적 치료제가 아닌 통증완화제로 허가를 받았다는 점도 기대에 어긋났다. 한 번 치료를 받으면 평생 편안할 줄 알았는데, 1~2년에 한두 번씩은 맞아야 한다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제기에도 코오롱 측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코오롱 측은 약값 문제에 대해 “심각한 단계의 관절염 환자들은 삶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유전자 치료제라면 연골 재생 등 구조개선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고통받는 관절염 환자에겐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구조 개선이 안 되면 인보사가 비싼 진통제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맞다. 하지만 부작용 없이 2년 이상 가는 비싼 진통제다”라고 말했다. 고통만 없애주면 됐지, 약값이 비싸면 어떻고, 통증완화제면 어떠냐는 투였다. “싫으면 쓰지 마”식의 ‘배짱영업’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식의 영업 전략은 시장에선 어느 정도 먹힌 듯했다. 2017년 12월 시판이후 지금까지 접종자는 37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평균 600만 원 가량의 비싼 치료비를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대부분 병원들이 연골재생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한 영향이 컸다. 치료비는 코오롱 측이 당초 추정했던 비용보다 100만~200만원 가량 비싸게 받았다. 보건 당국이 인보사의 효과를 과장, 환자들을 속인 광고를 단속한 흔적은 없다.

그런데 인보사에서 ‘초대형 파문’이 일어났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당초 신고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들통 난 것이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HC)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을 돕는 형질전환세포(TC)가 담긴 2액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2액의 TC가 원래 허가받았던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장유래세포는 암 등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해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없다.

이러한 사실은 코오롱 측이 미국에서 인보사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인보사의 생산을 위탁받은 미국 회사가 성분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고 코오롱 측에 알려주었다. 그 때가 2017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내주기 3개월쯤 전이다. 코오롱 측이 성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정상인 양 신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1100억원 투자한 의약품 핵심 성분을 15년 간 몰랐다고?

그런데 코오롱 측은 지난 4월 1일 이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는 “개발 중간에 실수로 신장유래세포가 혼입된 것 같다”면서 “그 사실을 올 2월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2004년에 국내 임상을 시작하면서 성분을 분석한 결과 연골세포로 판단했고, 계속 그렇게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1100억 원을 투자한, ‘세계 최초’라는 의약품을 개발하면서, 15년 동안이나 핵심 성분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를 그대로 믿어줄 것으로 생각했을까?

그러나 코오롱 측은 얼마 전 2월에 알았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스스로 고백했다. 코오롱 측과 인보사 라이선스 계약과 관련해 소송 중인 일본 미쓰비시다나베 측의 요구 때문이다. 2016년 코오롱생명과학과 계약을 맺었던 미쓰비시다나네베 측은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 경위 설명을 요구했고, 규정에 따라 코오롱 측은 미국 회사가 통보했던 내용을 국내 공시를 통해 공개하는 지경에 몰렸던 것이다.

인보사 파문은 허위성분에 거짓해명 사태까지 겹쳐 수습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는 듯한 분위기다.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라는 지위는 박탈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코오롱의 신뢰 추락과 그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은 자업자득이다.

파문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이번 파문을 코오롱 측의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인보사의 허가 취소와 형사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식약처가 허가를 내준 경위도 의혹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관절염 환자들이 신통방통한 명약에 걸었던 희망이 사그러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들을 괴롭히는 통증은 말로 하면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망치로 때린 것처럼 쑤시는 고통’은 겪어봐야 실감할 수 있다. 정작 명약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비싼 치료비 때문에 ‘언감생심’했을 때의 무력감과 자괴감, 그리고 그 명약 성분이 엉터리라는 사실에 그들이 느꼈을 허탈감과 실망감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인보사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을 무렵 이웅렬 당시 코오롱그룹 회장은 “처음 시작할 때 가능성 0.00001%라고 했지만 결국은 극복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고 한다. 인보사의 추락이 다시 가능성 0.00001%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전 서울신문 정치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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