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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경쟁 국제소송으로 비화...장기화땐 부작용 우려
LG·SK 배터리 경쟁 국제소송으로 비화...장기화땐 부작용 우려
  • 연성주기자
  • 승인 2019.04.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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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 미국서 제소...SK "정당한 영업활동"

[금융소비자뉴스 연성주기자] 전기차 배터리로 활용되는 2차전지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경쟁이 국제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번 법정 다툼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양사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영업 타격이 예상되면서 중국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거둘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LG화학은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고 30일 밝혔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고,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는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을 통해 2017년부터 자사의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SK이노베이션으로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2차전지 부문에서 SK이노베이션의 거센 추격에 위기감을 느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대규모 수주을 따낸 성과의 이면에는 지난 2년동안 자사의 핵심인력을 꾸준히 빼가면서 영업비밀이 유출된데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에 불과하다.

LG의 핵심인력 빼갔느냐가 쟁점...구체적 증거도 제시

소송의 쟁점은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의 인력을 빼갔느냐는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 중에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도 포함됐다.

또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LG화학은 구체적인 증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 입사 지원 서류를 보면 지원자가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용과 프로젝트 리더 및 프로젝트를 함께 한 동료직원 전원의 실명을 묻고 있다. LG화학은 지원자들이 집단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고 이직 전 회사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19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내려받았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2017년 10월과 이달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기술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증명 공문을 보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 입사서류 핵심기술 유출 사례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 입사서류 핵심기술 유출 사례

한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화학은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분리막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2012년 8월 LG화학에 특허 무효심결을 내렸고 LG화학이 이에 불복해 무효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도 2014년 2월 LG화학이 낸 특허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5년만에 핵심인력 유출을 놓고 양사가 다시 맞붙은 것이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는 ITC가 이달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 예비판결, 하반기 최종판결이 날 예정이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자 정당한 경쟁으로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 제기"라고 반발했다.

LG는 SK의 미국내 영업 타격 주기 위해 미국서 소송 제기...중국업체에 시간벌어줄 가능성 

LG화학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점도 주목할만 하다. LG화학은 미국은 소송 당사자가 보유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증거개시절차'가 있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줄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미국내 수입이 어려워지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힐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추측했다.

국내업체간 소송전이 장기화할 경우 배터리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20년 850만대, 2025년 22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간 소송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시장점유율을 보면 중국 CATL(21.9%), 일본 파나소닉(21.4%), 중국 BYD(12%), LG화학(7.6%), 삼성SDI(3.1%) 순으로 3국이 경쟁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와 SK의 법정 싸움이 장기화되면 중국업체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업체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게 되고 결국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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