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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이제 ‘분식회계’라 말고 ‘회계사기’라 불러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제 ‘분식회계’라 말고 ‘회계사기’라 불러라
  • 권의종
  • 승인 2019.04.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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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용어, 분식에 대한 경각심 일깨우기 역부족...기존의 일본 용어보다 영미식 표현 적절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회계감사가 깐깐해지고 있다. 작년 12월 결산법인 외부감사에 촘촘한 잣대가 들이대졌다. 작년 11월 회계법인과 회계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신(新) 외부감사법이 시행된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분식회계 사태까지 터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살벌해졌다는 평가다.

고객 눈치나 살피던 회계법인의 예전 모습이 아니다.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뚤어진 질서가 바로잡히고 있다는 반증이다. 긍정적 시그널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비유가 적절하다. 솔직히 그동안 기업과 회계법인의 의견이 상충되면 고객에게 우호적인 정무적 판단이 내려지곤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가 그랬다. 5조7000억 원의 분식에 대해 회계법인이 적정의견을 냈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였다.

국내 굴지의 기업 아시아나항공이 외부 감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5년마다 한 번씩 일괄적으로 비용 처리하던 리스 항공기의 정비 비용을 매년 5분의1씩 나눠 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시아나항공의 생각은 달랐다. 정비 비용을 빌린 항공기를 반납할 때 한꺼번에 반영하면 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회계법인 방식대로 계산하면 순손실이 회사가 발표했던 것보다 천억 원 가까이 늘어난다. 영업이익도 크게 준다. 회계법인은 적합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한정 의견을 냈다. 항공 마일리지 충당금을 감사보고서에 반영하고, 관계사 주식을 시장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결국 기업이 회계법인에 손을 들면서 싸움은 끝났고, 곧 이어 기업은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깐깐해진 외부 감사... 고객 눈치나 살피던 회계법인의 예전 모습 사라져... ‘비정상의 정상화’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비단 아시아나항공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기업 가운데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이 무려 36곳이나 된다. 2017년 17개, 2018년 27개에 비해 크게 늘었다. 외부감사를 통해서도 분식이 밝혀지지 못한 기업까지 감안하면 분식업체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분식 수법이 신출귀몰하다. 다분히 치졸하고 악의적이다. 구체적 사례를 들여다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부풀리며, 외상 판매를 가짜로 만들어 매출액을 늘리는 정도는 이미 고전에 속할 정도다. 자산 가치를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하고, 못 받게 된 외상매출금을 결손 처리하지 않는 것쯤은 예사로 여긴다. 올해 비용을 다음 해로 떠넘기고, 기계장치 등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실제보다 적게 계상하는 잔꾀 부리기를 서슴지 않는다.

임시로 들어온 자금이나 선수금을 매출액으로 잡고, 단기 채무를 장기 채무로 표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외상미수금을 만들어내 영업수익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상장회사들은 주가 조작과 투자자 확보를 위해,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상장 심사를 통과를 위해 분식을 저지르기 일쑤다. 겁들도 없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도 회계분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출이나 신용보증을 이용하려면 적자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설사 손실이 나더라도 어떻게든 이익이 난 것으로 장부를 꾸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금조달의 길이 막히고, 기존에 빌려 쓴 대출마저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려야 한다. 회사 경영이 힘들어진다. 3억 원 안팎의 흑자는 실제로는 적자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업계에서 회자되는 불편한 진실이다.

공정·투명한 회계질서 정착 긴요... 그러지 않고는 기업의 신뢰성과 건전성 확보는 요원한 일

회계분식은 제도상 엄격히 금지된다. 분식을 저지르는 입장에서야 자사의 신용도를 높이고 주가를 유지하며, 자금조달을 쉽게 하는 궁여지책일 수 있다. 내키지는 않지만 당장의 위험을 모면키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사태가 참으로 심각하다. 주주, 하도급업체, 채권자에게 회복 불능의 치명적 피해를 안겨주게 된다. 조작된 회계정보가 투자자나 채권자의 판단을 오도하게 마련이다.

기업은 분식회계 감시를 위해 사내에 감사를 둬야 한다. 해마다 외부 감사도 받아야 한다.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이 다시 한 번 조사,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 장치도 마련돼  있다. 분식을 적발치 못한 회계법인은 영업 정지나 설립인가 취소를 당할 수 있다. 투자자나 채권자가 분식된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한 후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분식회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정 주기로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을 지정하고 분식을 적발치 못할 경우 처벌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외부감사법이 개정된 연유다. 차제에 회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정작 긴요한 것은 분식에 대한 기업의 인식수준이다. 회계분식을 가볍게 보는 그릇된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알고 보면 회계분식만한 중대 범죄가 없다.

용어 변경도 필요해 보인다. 분식회계라는 현행 용어는 분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역부족이다. 말 그대로 분(粉)으로 얼굴을 치장하듯(飾) 예쁘게 꾸미는 화장술 정도로 미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애당초 일본 용어를 생각 없이 베껴다 쓴 결과다. 기왕 외국 용어를 빌릴 바에야 영미식 표현(accounting fraud)대로 ‘회계사기’라 칭하는 게 나아 보인다. 어쨌거나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질서 정착 없이는 기업의 신뢰성과 건전성 확보는 요원한 일이다. 한바탕의 봄꿈에 불과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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