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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50년간 긴 항해 끝내다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50년간 긴 항해 끝내다
  • 오풍연
  • 승인 2019.04.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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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주먹으로 사나운 바다서 일군 기업...차남 김남정 부회장에 기대

[오풍연 칼럼]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84). 그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도 많다. ‘영원한 바다 사나이’ ‘참치왕’ 등. 16일 그의 은퇴 소식이 들려왔다. 50년간의 긴 항해를 마쳤다고 할까. 물러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최근 별세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을 내린 박삼구 회장과 크게 비교된다. 둘과는 달리 창업자다. 두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홀연히 일선을 떠났다.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사나운 바다에서 일군 기업이었다. ‘참치왕’은 그냥 된 게 아니다. 거친 파도와 싸워 이겼다. 그의 승부사적 기질도 있었다. 동원은 1969년 4월 16일 서울 명동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출발했다. 동원산업은 이후 신규 어장 개척, 첨단 어법 도입, 오일쇼크 위기 극복 등을 거쳐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대표적인 재계 1세대 창업주다. 23세이던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 어선인 지남호의 실습항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3년만에 최연소 선장이 됐고, 30대 중반에 창립한 동원은 재계 4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비마다 도전정신을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모두 어려워할 때 더 투자를 했다. 그것이 오늘날 동원그룹 성장의 모태가 됐다.

동원그룹은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물류 사업을 확대했고, 지금은 수산·식품·포장·물류 4대 축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액은 7조2000억원.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시작으로 세네갈 통조림 회사 '스카사', 베트남 종합 포장재기업 'TTP'·'MVP'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세계 시장으로도 확장을 꾀했다.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를 출시했다. 동원참치캔은 지금까지 62억캔이 넘게 팔렸다.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같은 해 인수한 한신증권은 자산 규모 64조원에 달하는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김남구 부회장이 계열 분리된 한국투자금융 그룹을 이끌고 있다.

두 아들에게도 혹독했다.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태웠다. 또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시켰다. 두 아들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11년이 넘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동원그룹은 김남정 부회장이 맡는다.

엄한 가정교육 때문인지 동원그룹은 스캔들 한 번 없었다. 2000년대 초 김남구 부회장과 운동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재벌2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겸손했다. 그 뒤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는지 지켜봤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을 탄탄하게 키웠다. 김 회장에게는 딸도 하나 있다. 그 딸도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매우 소탈했다. 사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저는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믿고 응원하고자 한다". 김 회장이 남긴 퇴임사다. 박수를 보낸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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