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연성주기자]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던 대한항공 항공기가 사고로 공중에서 긴급 회항하면서 안내방송도 하지 않은데다 착륙후 기장이 승객보다 먼저 내리면서 승객 안전은 뒷전에 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평소보다 긴장해야 하는 대한항공이 상중에 나사 빠진 격"이라고 꼬집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4분 김포공항에서 이륙해 제주공항으로 향하던 KE1203 대한항공 항공기가 공중에서 엔진에 이상이 생겨 긴급 회항했다. 항공기는 몇 차례 착륙을 시도하다 이륙 38분 만인 8시12분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항공기 기장은 이륙 중 동체 하부에 진동을 느끼고 회항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공기는 다행히 안전하게 착륙에 성공했으며 부상자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상의 한 목격자는 항공기 엔진에서 '쾅' 소리가 났으며, 엔진 쪽에서 불꽃도 보였다며 아찔한 상황을 증언했다.
이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항공사 대응 부실을 꼬집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탑승객 A씨는 "이륙하자마자 엔진 쪽에서 '쿵쾅쿵쾅' 소리가 나면서 영화에서처럼 기내 실내등이 깜빡거렸다"며 "너무 무서웠지만 기장은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탑승객인 직장인 B씨는 "첫 이륙을 마치고 5분쯤 뒤에 승무원이 회항하겠다고 알렸지만 기장은 아무런 방송을 하지 않았다"며 "상황을 모르는데 가만히 앉아있으라고만 해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승객 C씨는 "비행기가 하강하다가 급상승하기도 하면서 승객들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기장은 좀처럼 무슨 상황인지 알리지 않아 불안이 가시지를 않았다"며 "착륙 15분 정도를 남기고 '착륙하겠다'는 방송을 하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불안한 상황을 겪었으니 기장이 승객에게 이런 사정이 있어 회항할 것이라는 식으로 상황을 설명해줬다면 불안이 덜했을 것"이라며 "기장은 그런 안내도 전혀 해주지 않더니 먼저 내려버렸다더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이것이 매뉴얼에 따른 항공사 대응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기장은 유사한 상황에 대한 방송 매뉴얼대로 방송했다. 처음에는 상황이 급박해 승무원에게 방송을 부탁했지만, 2차는 정해진 대로 방송했다"며 "기장이 비행기에서 먼저 내린 것은 항공기 외부를 점검하는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소방차 여러 대가 출동해 항공기 주변에서 대기했으나 다행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이상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륙 중에 엔진에 새가 빨려들어가는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상황이 위험해질 수 있었으나 당시 기장이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회항을 결정해 부상자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승객 188명은 해당 항공기에서 내린 뒤 대체 항공편을 제공받았다. 일부는 불안 등을 이유로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