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백기사'로 전락한 국민연금, 4천억 총수 경영권방어 등에 지원?
재벌 '백기사'로 전락한 국민연금, 4천억 총수 경영권방어 등에 지원?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9.04.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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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사모펀드 '스틱'에 거액출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취지에 맞지 않아
국민의 노후재산을 일부 재벌총수의 편의제공에 사용한 이유· 투자철회여부 등 질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뉴스 박홍준 기자]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제대로 관리해야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자금을 일부재벌의 지배력강화나 경영권 방어에 자금지원을 하는 사실상 ‘백기사’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시에 불합리한 합병비율에도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은 대폭 강화해준데 반해 수천억 원의 국민연금기금을 축내고 소액주주들에게 많은 피해를 안겨 준 바 있는데 이번에 또 국민의 노후재산을 재벌총수일가의 편의를 제공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이하 경개연)는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공문을 보내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STIC Investments)가 대기업의 지배구조개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1조원대 규모의 펀드{“스페셜시츄에이션2호”(가칭)}에 국민연금이 앵커투자자(anchor investor)로 약 4천억원을 출자한 것은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행사) 도입 취지에 맞는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기업지배구조 개편,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 등 특수상황에 놓인 대주주나 대기업에 자금을 지원하여 차익을 얻기 위해 1호 펀드를 조성한데 이어 이번에 2호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여기에 국민연금이 이익공유를 위해  4000억원을 출자했다.

이번에 발행한 제2호 스페셜시츄에이션 역시  1호 펀드와 마찬가지로 웅진씽크빅의 웅진코웨이 인수를 비롯하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원군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설정한 제1호 펀드의 경우 한화그룹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목된 한화시스템(합병전 한화S&C) 지분 인수(2017년), 현대차그룹 일감 몰아주기 사례인 이노션 지분 인수(2013년), CJ헬스케어의 한국콜마 인수 등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등 전체 운용자산의 60% 가량을 대기업 또는 지배주주 일가의 특수상황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민의 노후자금이 이같이 재벌총지원에 사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그룹 등 대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에 대해, “총수일가 지분을 제3자가 아닌 PEF에 매각하는 부분이 진짜 매각이냐는 의심이 있어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경개연은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시츄에이션펀드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내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실상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고  이 경우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재산으로 재벌 총수일가에게 사실상 편의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국민연금이 아직까지 기업가치훼손을 막고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주주행동주의 펀드에는 단 한 푼도 출자하지 않으면서 재벌 총수일가에 편의를 제공하는 펀드에는 적극적으로 출자하는 것은 과연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 이행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고 물었다.

경개연은 차제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와 그 산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등은 국민연금의 국내외 주식포트폴리오는 물론 국내외 대체투자 포트폴리오가 과연 스튜어드십코드에 취지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발견된 문제점들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2018년 4분기 기준 ‘국내대체 위탁운용사 현황’을 보면 스틱인베스트먼트 외 75개 기관에 “기업투자” 명목으로 기금을 위탁하고 있으며(국내 대체투자는 부동산, 인프라, 기업투자 또는 기타로 구분),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약 22조원(176개 펀드)이고, 이중 PEF 투자는 약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민연금이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에 투자한 4천억원 가량은 PEF 투자의 10%선에 해당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했지만 사모펀드의 특성상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도 국민연금의 위탁운용과 관련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수탁자책임 활동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단지 투자자인 국민연금에게 보고할 의무만 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이 출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가 어떤 회사에 무슨 의결권행사를 했는지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경개연은 따라서 국민연금은 앞으로 연차보고서에 의당 앵커투자자로 출자한 사모펀드들의 주주권행사 내역을 발표해야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기금운용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에 공문을 보내, ▲국민연금이 스틱인벤스트먼트 펀드에 출자한 이유, ▲펀드 출자 이후 수탁자책임 이행활동에 관한 주기적 보고를 받는지 여부,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한 PEF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주주활동 연차보고서에 수탁자책임 이행활동을 공개할지 여부, ▲스틱인베스트먼트 외에 총수일가⋅대기업의 편의를 제공하는 펀드에 출자한 내역,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강화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투자를 재고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 국민연금의 주식 및 대체투자 포트폴리오가 스튜어드십코드의 취지에 맞게 구성되어 있는지 여부와 주주행동주의 펀드에 출자할 계획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질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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