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퇴직하는 고위 인사들을 관행에 따라 민간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보내려다가 반발이 거세자 슬쩍 ‘자리 맞바꾸기’로 외부의 눈을 피해 가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돈과 금융을 다루는 두 기관 간에 사실상 '자리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5일 성명서를 발표, “임형준 한은 부총재보가 한국자금중개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안다”며 “해당 인사는 한은에서 노동 적대적 태도로 문제를 일으켜 한은이 금융결제원장에 앉히려는 것을 낙하산 저지 투쟁으로 막았는데, 엉뚱한 곳에서 불씨를 되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대로 한은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던 금융결제원장에 임 부총재보가 가는 게 좌절되자 금융위 퇴직 관료가 결제원장에 가게 됐고, 대대로 금융위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던 한국자금중개 사장 자리를 한은에 내주는 식으로 자리를 맞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임 부총재보는 5월 퇴직 예정이며, 금융위 증선위원(1급) 출신인 이현철 한국자금중개 사장은 8월에 퇴임한다. 임 부총재보 내정설로 시끄러웠던 금융결제원장은 김학수 금융위 상임위원이 가는 것으로 정리돼 이날 사원총회에서 선임됐다. 한은과 금융위가 나란히 ‘낙하산 나눠먹기’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셈이다.
금융결제원은 한은을 비롯해 은행들이 함께 설립한 기관으로 한은이 맡은 지급결제가 주 업무여서 대대로 한은 인사들이 원장으로 갔다.
또 금융사들 간 단기자금을 중개하는 민간 금융기관인 한국자금중개는 대대로 금융위 퇴직 관료들이 사장을 맡았다. 애초 민간 금융사들이 출자했으나 구제금융 사태를 거치며 금융사들이 쓰러지는 바람에 금융위 산하 예금보험공사에 31% 지분이 넘어간 영향이 작용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은 원장 연봉이 5억원 이상이고, 한국자금중개 사장도 기본 연봉 4억원에 성과급이 더 있는 자리”라며 “과거엔 퇴직 관료들이 이름값 있는 대형 민간 금융사를 선호했지만, 세월호 관피아 논란 등을 거치며 재취업 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연봉은 높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니 선호하는 자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