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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장충기에 '형님' 박재완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에 끝내 찬성표
국민연금, 장충기에 '형님' 박재완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에 끝내 찬성표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9.03.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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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논란' 박 전 장관 사이이사 찬성은 투자자 여론에 반하는 무책임한 행위
국민연금, 원칙과 기준없이 멋대로 의결권 행사로 '국민 노후자금' 지킬지 의문

[금융소비자뉴스 박홍준 기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대기업의 올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원칙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주총에서 이같은 갈 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20일 삼성전자 주총에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했다. 두 사외이사는 투종이전에 독립성 논란이 일면서 삼성전자 이사회 제구실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도 국민연금은 투자자와 국민여론에 반해 이들의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주총에서는 고의 분식회계 등에 대해 책임을 물어 재무제표 승인이나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이번에도 고의적 분식회계에 대한 삼성의 로비와 변명으로 주총안건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삼성바이오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너무 명명백백해 결국 주총안건에 반대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0일 저녁 서울에서 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 주총 의안으로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안건과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도 증선위 감리결과 및 제재조치 취지 등을 감안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자위는 김동중 삼성바이오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회계 기준을 고의로 변경해 4조8000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었을 때 최고재무책임자였다. 증권선물거래위원회는 고의 분식회계 결정과 함께 김 전무에 대해 해임권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웹툰 등을 통해 분식회계건에 대해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는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탓인지 김 전무를 다시 사내이사로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국민연금이 고의적분식회계를 사실로 인정, 그의 이사선임에 반대를 결정했다. 

또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후보로 재선임된 정석우 고려대 교수(경영학)와 권순조 인하대 교수(생명공학과)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 감사위원회 위원이었다.

이날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도 삼성바이오의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권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 연기금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BCI)와 캐나다연금(CPPIB),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CalPERS),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TP) 역시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한 상태다.

▲20일 열린 삼성전자주총에서는 독립성 논란을 빚은 박재완 전 장관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20일 열린 삼성전자주총에서는 독립성 논란을 빚은 박재완 전 장관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정기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에서 많은 투자자들의 의사에 반해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그동안 박 장관의 언행을 보면 그가 도저히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는  인사인데도 예상을 빗나간 결정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박 전 장관에 대한 뉴스타파 보도 일부를 보면 그가 삼성전자의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기는커녕 연봉에 취해 거수기 이상의 ‘악역’을 맡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형님, 추천서 부탁드린 분은 ENGG본부장 ○○○ 전무이지만, 사장님께 받아도 되니 편하신 대로 하셔서 알려주시면, 문안을 준비하겠습니다.”, “형님, 오크밸리 잘 다녀왔습니다. 티켓이 남아서 한번 더 부탁 드릴께요. 시간이 촉박하지만, 9월 5일 토요일 ○○○, ○○○ 등 부부 4쌍 8명 1박, 5일 12시쯤과 6일 일요일 아침 각각 운동 두팀 예약할 수 있을까요? 매번 죄송합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골프부킹·인사청탁과 함께 ‘형님’에게 ‘매번 죄송하다’며 문자를 보낸 이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리고 박 전 장관이 깍듯이 모신 형님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 전 사장이다. 장 전 사장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구속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국민연금은 이들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삼성경영이 잘못돼 국민노후자금이 대폭 축날 수도 있는데도 ‘괜찮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이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는 기관인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그 결과 삼성이사회의 잘못된 판단과 의결로 회사가 휘청거려 국민연금이 관리하고 있는 국민노후자금이 대폭 손실을 보게되면 국민연금은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여 관련책임자들이 감방을 가고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보고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비판한다.

박 전장과 안교수가 20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벌써부터 삼성전자 이사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을 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인데다  기존 이사회 구성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형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사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독립성 우려가 가장 큰 인사는 사외이사는 박 전 장관과 안 교수이다. 사외이사 독립성 우려 때문에 그의 선임반대 의견은 너무 많았다. 주총이전에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박재완 후보는 사외이사로서 특수관계 법인에 재직 중이므로 독립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그룹의 공익법인인 성균관대 소속 현직 교수(행정학)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해당 회사, 계열회사, 기업 총수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영리법인의 상근 임직원 또는 비상임 이사 등’의 경우 당 연구소의 사외이사 결격 요건에 해당한다”며 박 전 장관의 선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박 전 장관이 이번 선임을 계기로 심기일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견지할 것을 예상되지 않는다. 그만큼 ‘거수기’ 역할을 너무 충실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박 전 장관은 2016~2017년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단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그는  심지어 장충 전 사장에게 지인의 추천서를 부탁한 사실 등이 이른바 ‘장충기 문자’를 통해 드러나기까지 했다.

안 교수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서스틴베스트는 “안 후보가 사외이사로서 동 회사의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보수 이외의 대가를 받아 사외이사의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가 대표를 맡은 사회복지법인 라파엘클리닉은 2017년 제27회 호암상을 받았는데, 당시 주최 쪽인 호암재단은 상금 3억원과 순금 50돈(880만원 상당)을 줬다.

앞으로 삼성전자 이사회에서는 경영을 감시하는 ‘쓴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으나 마나한 의결기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런데도 8.95%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대주주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는 주총 이전에 홈페이지에 박 전장과 안 교수 등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낼 것이라고 공시했고 끝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지를 엄격히 감시하는 기구를 두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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