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수수료 분쟁이 금융당국으로 번졌다. 입장표명을 자제하던 금융위원회가 현대차와 카드사의 수수료 분쟁에 입을 열었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대형 가맹점에 대해 형사고발까지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주도해 수수료 분쟁의 원인제공자라는 비난을 들어왔던 금융위가 그동안의 침묵모드에서 벗어나 향후 카드수수료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으로 여겨져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형가맹점-카드사 수수료율 협상 관련 브리핑에서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수료 적용실태를 점검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형사 고발할 수 있다"며 "현대차는 수수료 실태점검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실태점검을 통해 카드사의 적격비용과 협상으로 결정된 수수료율 수준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위법사항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카드사 간 협상은 카드사들이 처음 제시한 1.9%대를 현대차가 거부해 1.89%선에서 타결됐다. 가맹점과 카드사 간 협상 과정에서 오간 공문 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은 대형가맹점이 신용카드업자에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벌금은 사업자 인·허가 자격 요건의 결격사유 등이 될 수 있기에 액수만으로 처벌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나중에 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카드수수료율은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과 카드사의 마진으로 구성되는데,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격비용(원가)보다 낮게 책정하면 명백한 여전법 위반이다. 금융당국은 한 발 더 나아가 자동차·통신·유통 등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의 마진율을 '과도하게' 낮추는 것을 부당한 행위로 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적격비용은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너무 높은 수수료율을 받지 않도록 산정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며 "수수료율이 적격비용 이상이더라도 실제로는 역마진이 날 수 있다.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을 너무 깎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점검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카드사와 가맹점 간 협상이 너무 늘어질 경우 점검 시기를 마냥 늦출 순 없다"며 "점검을 단계적으로 하는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지나친 시장개입과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시장에서 합의된 수수료율에 대해 '부당하게 낮은 수준'을 직접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가맹점이 금융당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맹점이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당연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현장점검 실효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보면 알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