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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죽이기’로 ‘제로페이 살리기’?...예고된 '관치'의 비극
‘신용카드 죽이기’로 ‘제로페이 살리기’?...예고된 '관치'의 비극
  • 권의종
  • 승인 2019.03.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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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활성화 좋으나 카드업계 역차별은 곤란...다양한 결제방식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게 순리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부의 제로페이 사랑이 유별나다. 제로페이는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줄여주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결제방식이다. 참여 은행들이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플랫폼 사업자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지난해 12월20일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금년 1월28일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확대·시행되고 있다. 중국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전체 결제액의 60%를 넘었다. 총 109조 위안 규모로 우리 돈으로 치면 1경 7800조 원에 달한다, 미국에 비해서도 80배를 넘는다.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 없이는 기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온·오프라인 쇼핑몰은 물론 택시, 시장,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통용된다. 한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사용 가능한 상점이 적지 않다. 중국에서 모바일 경제가 활성화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넓은 대륙국가로 신용카드 결제 유선망 구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현금에서 카드로 이행한 우리나라와 달리 현금에서 QR코드로 바로 넘어와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잘되는 제도가 한국에서는 예상 밖 고전이다. 초기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국민의 70% 이상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제로페이로의 이행이 쉬울 리 없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40% 혜택만으로 이용자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초조해진 정부와 지자체가 제로페이 부양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유별난 제로페이 지원...소득공제 혜택 폐지·축소 땐 근로자들에겐 ‘사실상 증세’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카드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직불카드나 페이, 현금영수증은 가만 놔두면서 유독 신용카드 공제율만 낮추려는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만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부가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득공제마저 줄어들 경우 카드사용 위축을 넘어 업계의 존립까지 위태롭다는 비명이다.

급여생활자도 불만족이다.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릴 정도로 직장인의 세 부담 경감에 기여해온 소득공제 혜택이 폐지·축소될 경우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사실상 증세’다. 현금이나 예금이 없어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경우 현금이나 예금 보유자에 비해 불리하다. 2016년 기준 연말정산 환급금은 1인당 평균 51만 원이었고, 이 중 소득공제로 감면받은 세금이 24만5000 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제로페이 사용편익 증진과 대상 확대에 정부와 지자체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포스 연동시스템을 개발해 가맹점을 더 늘리고, 제로페이 포인트로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제로페이를 통해 공용주차장, 문화시설과 같은 공공시설의 이용료 할인도 추진키로 했다.

‘모바일티머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결제액 1∼2%를 'T-마일리지'로 돌려준다. 아파트 관리비와 전기요금, 지방세, 범칙금 등을 제로페이로 납부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6대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사용도 가능해진다. 프랜차이즈와 골목상권도 가맹 등록을 추진, 결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복안이다.

민간 결제시장에 정부의 개입-경쟁 곤란...카드업계의 자구노력과 자생능력 배양도 긴요

제로페이 활성화 취지에는 공감하나 카드업계에 대한 역차별은 곤란하다. 소득공제 혜택을 신용카드는 줄이고 제로페이만 늘리려는 시도가 온당치 못하다. 그것도 국민혈세까지 동원해가며 제로페이에만 힘을 실어주면 형평성 논란은 필연적이다. ‘신용카드 죽이기’를 담보로 ‘제로페이 살리기’가 실행되어지면 안 된다. 한 쪽을 살리려고 다른 쪽을 희생시키는 것은 시장경쟁 질서를 좀먹는 중대한 해악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결제시장에 정부가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과도한 정부 개입은 비효율 발효의 가장 강력한 효모다. ‘관치의 비극’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행정의 공공성과 금융의 시장성을 혼동하면 곤란하다. 다양한 결제방식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토록 하는 게 순리다. 선택과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막대한 재정과 행정력을 집중시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 경우 부작용과 실수가 수반되게 마련이다.

신용카드 업계의 자성도 필수적이다. 언제까지 과표 양성화 취지에서 도입된 소득공제에 기대 연명해 나갈 수 없다. 1999년 제도가 시행된 지도 어언간 20년이 지났다. 지난해까지 8차례 연장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의 연장은 몰염치한 기대일 수 있다. 솔직히 그만하면 혜택을 누릴 만큼 누렸다. 이제는 환골탈태의 자구노력과 함께 자생능력을 끌어올려할 시기다.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제로페이가 신용카드를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금이 없어도 결제할 수 있는 외상거래의 편의성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넘볼 수 없는 신용카드 고유의 영역이다. 개개인의 결제 습관을 바꾸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다만, 앞으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서비스 공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수 밖에 없다. 아지매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는 법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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