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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부동 공직사회...불필요한 규제 깨부수는 ‘망치상(賞)’ 생겨야 하나
요지부동 공직사회...불필요한 규제 깨부수는 ‘망치상(賞)’ 생겨야 하나
  • 권의종
  • 승인 2019.03.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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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없이는 혁신성장도 공정경제도 공염불... 공무원의 간절함 부족이 가장 큰 원인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부아가 난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취임 1주년에 즈음한 언론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를 접하고도 그랬다. "기업에서는 밤을 새우더라도 끝내는 일인데, 공공 부문에선 되지 않습니다. 이걸 보면 공무원들의 간절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행정을 하기만 해도 중소벤처기업부 1년 예산 보다 높은 규제개혁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자수성가한 성공기업인 출신 옴부즈만이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몰랐을 리 없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각종 규제와 애로사항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는 자리에 막상 오르고 나서 느낀 실망감이 상상 이상이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차관급 고위직인 자신이 발 벗고 뛰어도 꿈쩍 않는 관료주의의 견고한 장벽 앞에서 규제개혁의 소임을 해내기 어려웠다는 하소연으로 들린다.

공무원들을 만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기업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전달해도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메아리쳐 오는 현실에서 느낀 자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1988년 트럭 한 대로 시작해 매출 1조원 대의 거대 기업을 일궈 아쉬울 게 없는 그로서는 어쩌면 옴부즈만 자리 수락을 수없이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망치상(賞)'을 제정, 불필요한 규제를 깨부수는 공무원을 포상하는 방안까지 구상했을까. 법규만이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공무원의 방어적인 태도가 더 문제라는 그의 지적은 안일과 나태에 찌든 공직사회의 치부를 아프게 찌르고 있다. 지난해 146회에 걸쳐 전국을 돌며 기업인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확인한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인지라 어느 누구도 부인키 어렵다.

"기업선 되는 일, 공공부문선 안 돼”...옴부즈만의 하소연, 공직사회 치부 아프게 찔러

규제 관할 기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1998년 정부는 규제정책을 심의·조정하고, 규제의 심사·정비 등에 관한 사항을 추진키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로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었다.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체제로 정부위원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민간전문가들로 위원을 구성했다. 체계는 갖춘 셈이나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규제의 건수와 강도가 줄기는커녕 되레 늘고 있다.

이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건 공무원이다. 공무원들도 할 말은 있다.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애써 규제를 없애보았자 표창은 커녕 문책을 당하기 십상이다. 심지어 소송까지 휘말린다. 이런 현실에서 어떤 공무원이 제대로 일할 맛이 나겠는가. 규제 관련 민원은 한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는 게 비책으로 통할 정도다.

소극 행정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떻게 하면 되게 할 수 있을 까?”라고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 되게 할까” 궁리하는 게 자신을 지키는 길이 되었다. 규제 해제를 기득권 포기로 잘못 이해하는 풍조까지 번져 있다. 안 되는 이유만 골라 나열하는 핑계 기법만 늘어있다. 규제 해제가 얼마나 힘든 지는 실례를 들어 설명해야 이해가 빠르다.

일본에서는 맥주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홈탭'(Home Tap) 서비스‘가 등장했다. 일본 맥주사 기린은 오는 4월부터 맥주를 공장에서 바로 집으로 배달해준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월 2회, 1리터 용량의 전용 케그를 배달한다. 홈 탭의 이용 가격은 한 달에 7500엔이다.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이 인기를 얻으면서 배달 서비스 시행을 구상케 된 것이다. 사전 회원으로 접수된 예약자만도 2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일본 기린의 '홈탭'(Home Tap) 서비스‘...한국선 규제에 막히고 반대 논리-핑계만 횡행

이런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주류 배송이 주세법 규제에 막혀 있다. 막걸리나 전통주 등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배송이 허용된다. 소주나 맥주 등의 경우에는 음식과 함께 주문하는 경우에만 배달이 가능하다. 그나마 2017년 7월 주세법 개정에 따라 '직접 조리한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배달하는 게 예외로 허용된 덕분이다. 치킨이나 피자 등을 배달시키면 생맥주까지 함께 주문할 수 있는 이유다.

규제 해제를 꺼리는 공무원들의 반대 논리가 가관이다. 청소년들의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고양이가 쥐 걱정한다고 언제부터 청소년을 그토록 끔찍이 여겼는지 묻고 싶다. 청소년 음주에 막걸리 등 전통주는 괜찮고 맥주와 소주는 안 된다는 논리가 어이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막아질 청소년 음주라면 애당초 전통주 배송도 허용되지 않았어야 했다.

해외 주류에만 유리하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수입 맥주의 배송이 늘면 국내 주류시장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이 또한 수긍키 어렵다. 국내 주류에 대한 과세체계의 불리함을 주류 배송 탓으로 돌리는 건 언어도단이다. 매장을 찾은 고객이 줄어들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수익성 악화까지 걱정한다. 이쯤 되면 정부가 공급자 입장만 헤아리고 소비자 편의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방증이다. 본말의 전도다.

규제 개혁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다. 이것 없이는 혁신성장도 공정경제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속한 규제 혁신을 약속치 않았던가. 실제로 공무원이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규제가 지천에 널려 있다. 적극 행정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지원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 모든 공무원들이 망치상(賞)을 타는 날이 어서 빨리 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옴부즈만이 이를 감당해낼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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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민 2019-03-04 14:08:2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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