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삼성전자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현금 보유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에 힘입은 결과다. 현금 보유액이 많다는 것은 설비·연구개발(R&D) 투자와 더불어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풍부한 현금 여력을 토대로 해외 유력 반도체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보유액(연결 기준)은 총 104조2천100억 원으로, 전년 말(83조6천억원)보다 무려 24.7%나 늘어나며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현금 보유액은 기업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 상품, 장기 정기예금 등을 합친 것이다.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274조9천억원)의 약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2위 상장사인 SK하이닉스 시총(53조7천억원)의 2배, 국내 2위 기업인 현대차 시총(25조8천억원)의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총자산은 연말 기준 339조3천600억원으로, 1년 만에 12.5%나 증가하며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금에서 차입금을 뺀 순 현금은 89조5천500억원이다.
현금 보유액이 2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실적 호조로 44조3천400억원이나 되는 당기순이익을 올린 게 가장 큰 요인이 다. 아울러 지난해 시설투자액이 전년(43조4천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29조4천억 원 수준에 그쳐 지출이 줄어든 영향도 컸다.
역대 최고 실적으로 현금을 확보한 덕분에 배당금 지급액은 전년보다 49.9%나 급증한 10조1천900억원에 달하면서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2017년 8조3천500억원에 이르렀던 자사주 취득액은 8천800억원에 그쳤다.
한편 키움증권은 최근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NXP, 자일링스, 인피니언 등에 대한 인수를 검토 중”이라면서 “실제로 인수가 이뤄질 경우 기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