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한국은행이 약 12년 동안 중앙은행에 쌓아둬야 하는 지급준비금을 규정보다 덜 쌓아둔 KEB하나은행에 150억 원이 넘는 과태금을 부과했다. 지급준비금은 금융회사가 고객 예금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쌓아놓는 자금이다. 이에 하나은행은 과태금 적용 기준이 적정한지 따져보겠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은에 따르면 외화예금 중 은행을 통해 받은 예금에 대해서는 지급준비율 1%, 증권사나 종금사로부터 받은 예금에는 7%를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이를 제대로 분류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지준율 1%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첫 오류가 발생한 2007년 7월부터 2018년 1월에 이르는 기간까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한은은 “부족했던 지급준비금의 95%는 최근 5년 이내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과태금 작년 실적에 충당금 반영...행정소송 제기
한은법은 지급준비금이 규정보다 적으면 해당 기간 평균 부족금액의 2%를 과태금으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쌓아두지 않은 지급준비금이 약 780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4월 은행들의 외화 예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한은은 장기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건 외화예금 전산시스템의 검증 기능이 미비했고 지급준비금 담당 직원들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급준비금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한은도 12년 동안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만큼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과태금을 작년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하나은행은 "지급준비금 산정에 오류가 있던 것은 사실이나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며 "과태금을 면제·감액할 근거 규정이 한은에 없다고 하니 법원에서 과태금 적용 기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궁색한 한은, 중앙은행으로서의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점
문제는 하나은행의 이러한 오류를 한은이 20년 동안이나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은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 적립 상황을 수십년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 뒤늦게 오류를 발견하고 대규모 과태금을 부과한 것이 드러나면서 중앙은행으로서의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한은은 지급준비금 적립과 관련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고, 뒤늦게라도 오류를 발견해 법에 따라 과태금을 부과한 것인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하지만 KEB하나은행 이외에 다른 은행이나 금융기관 등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회사들의 자금 흐름 상황을 한은이 과연 제대로 파악을 하고는 있느냐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