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일회용품의 무차별 역습...지금 즉시 대책 세워야
‘좀비’ 일회용품의 무차별 역습...지금 즉시 대책 세워야
  • 권의종
  • 승인 2019.02.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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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발생 원천 봉쇄하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시급...사후관리보다 사전예방이 해법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세상 참 좋아졌다. 일회용품 천국이다. 얼마 전만 해도 나무젓가락, 종이컵 정도에 그쳤던 게 식품 용기, 포장 재료, 택배 상자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용도가 워낙 다양하고 한번 쓰고 버리다보니 쓰레기 범람의 주범이다. 분리수거를 한 주만 걸러도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다. 플라스틱이 그중 골칫거리다. 플라스틱 폐기물 전부를 재활용으로 감당키 어려울 뿐더러, 처리업체들도 수지타산 맞추기가 힘들다.

급기야 동남아 국가들로 수출이 되었고 그러던 중 사달이 났다. 지난 해 한국의 한 업체가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문제가 되어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 당초 재활용이 가능한 합성 플라스틱 조각으로 신고되어 수출이 되었다. 도착 후 필리핀 관세청이 열어보니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와 유해 폐기물이 뒤섞여 있었다.

필리핀 여론이 들끓었다. 환경단체들이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극렬 시위를 벌였다. 자칫 큰 국제 문제로 번질 뻔 했다. 민다나오 섬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보관 중이던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6,550톤 중 51개의 컨테이너 분량 1,211톤이 먼저 실려 왔다. 이미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쳤지만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된 게 천만다행이다.

그런데도 당국의 대응은 안일하다. 폐기물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서둘러도 시원찮을 판에 책임 소재를 놓고 난감해 한다. 10억 원에 달하는 처리비용을 누가 어떻게 언제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들 눈에 무능하게 비친다. 속담에 ‘망신하려면 아버지 이름자도 안 나온다’더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창피해 고개를 못 들 정도다.

플라스틱 폐기물 필리핀 수출로 국가적 망신 자초... 창피해 고개 못 드는 대한민국 국민들

플라스틱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위생적이고 편리하긴 하나 사용 후 처리가 문제다. 세계 폐플라스틱 56%를 수입하던 중국이 수입 중지를 밝히자, EU와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쓰레기 몸살을 앓아야 했다. 캘리포니아대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은 매년 8.4%씩 늘어난다. GDP성장률의 2.5배다. 1950년 이후 전 세계에서 83억 톤이 생산되어 63억 톤이 쓰레기로 폐기되었다.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고 12%가 소각되었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바다나 벌판에 버려졌다. 방치된 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이크로미터(µm. 100만분의 1m)와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로 쪼개져 바다와 육지의 생물에 흡수된다. 결국 인류에게 쌓인다. 인체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남해 수산물 9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인천과 경기 일대 해안, 낙동강 하구는 세계 2~3위 미세플라스틱 오염지역이라는 끔찍한 보고다.

정부 정책 중에도 '일회용품'이 적지 않다. 작년 말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단기 일자리 5만9천 개가 급조되었다. 말이 좋아 공공일자리지 대부분 잡일이었다. 국립대 빈 강의실 불끄기, 산불·전통시장 화재 감시, 독거노인 전수조사, 침대 라돈 측정, 교통안전 시설물 조사, 농촌 환경정비 등 고용이 불안정한 단기 알바가 주류였다. 연말 취업률을 잠시나마 높여보려는 얄팍한 ‘눈속임 행정’이었다.

취업자들이 원하는 건 일회용 일자리가 아니다. 공공일자리라 해도 한두 달 일하고 그만 둬야 할 바에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청년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취업 준비에 전념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인턴 한답시고 시간만 보내다 제한된 취업 기회마저 놓치게 되면 후회막급이다. 연간 1만 명 수준인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 목표치를 해마다 늘려 잡는 정부를 보면 여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치나 보다.

‘잠시 편리’ 위해 ‘장시 불편’ 부르는 일회용품... 물건이건, 정책이건, 시설이건 최소화돼야

한 번 쓰고 폐기되는 일회용 공공시설도 허다하다. 국제행사를 치르고 나면 차고 넘치는 게 각종 시설물이다. 두고두고 속 썩이는 애물단지다. 지난 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기장 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에 남북 평화의 메시지를 알린 기념비적 대회라는 극찬을 받았지만 축제는 그 때 뿐이었다. 천문학적 금액이 소요된 경기 시설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2011년 유치 당시 생산 유발 효과 20조4973억 원, 고용 창출 23만 명, 대회 기간 외국인 관광객 수 20만 명 등의 장미빛 청사진에만 매료되었던 측면이 크다. 1994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와 같이 대회개최 이전 '올림픽 이후 활용위원회'를 설립하고, 활용도가 낮은 시설은 아예 가건물로 지었다가 올림픽 후 해체하는 등의 주도면밀함도 부족했다.

일회용품은 극도로 자제되어야 한다. 그게 물건이건, 정책이건, 시설이건 다를 바 없다. 꼭 필요할 경우나 특단의 비상용으로 국한되는 게 마땅하다. ‘잠시 편리’하자고 ‘장시 불편’과 ‘필시 고통’을 선택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국민 부담을 늘리고 환경까지 훼손시키는 매우 위험하고 비경제적인 행동이다.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까지 치유하기 힘든 누가 미치게 된다.

재활용이나 업사이클링도 답이 못된다. 되레 소비 촉진의 구실이 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우려는 폐기물이 그냥 사장(死藏)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좀비’로 변신해 투기(投棄)한 인간들에게 무차별적 역습을 가해오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딱히 제어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폐기물 발생을 원천 봉쇄하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사후관리보다는 사전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수 밖에 없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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