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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M&A, 부품업체 생태계 붕괴시킬 수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M&A, 부품업체 생태계 붕괴시킬 수도
  • 손진주 기자
  • 승인 2019.02.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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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 독과점 강화는 당장 대우조선 납품사 경영위기 초래 우려…합병효과 의문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금융소비자뉴스 손진주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향 인수합병으로 조선산업의 독과점현상이 심화돼 현대중공업이 위기상황으로 몰릴 경우 조선기자재와 부품회사들의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대우조선에 납품을 해온 기자재 및 부품업체들이 납품구조가 현대중공업 중심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 경우 상당수 대우조선 납품업체들은 거래선을 현대중공업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납품길이 막히거나 일감이 대폭 줄어들면서 일부는 도산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대한 매각을 발표하면서 '민간 주인 찾기'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민영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현재 국내 조선업 빅3를 빅2로 재편해 중복 투자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산은의 배경설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마디로 조선업의 독점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조선업의 독점심화를 우려한다. 그는  "독점을 강화시키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두 조선사가 합병하면 조선 기자재와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들이 현대중공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현대중공업의 위기상황으로 몰리면 국내 조선 기자재 납품시장의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 합병을 사례로 들면서 “합병 이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전속계약에 묶여서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조선업 역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으로 사실상 독과점이 되는 만큼 현대·기아차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현대차가 지난 1999년 2년전인 1997년 부도를 낸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두 자동차 사의 국내시장점유율은 70~80%로 상승하면서 자동차 부품사들은 두 회사의 시장독점으로 현대기아차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두 회사가 부품수요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은 곧바로 자동차 부품사들의 위기로 이어졌다. 하청업체들이 잇따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에 경고등이 켜져온 것은 사실이다.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들도 박 교수와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기자재 납품업체 간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번에 두 조선사를 합병한 것은 단기간으로는  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자재 생태계가 망가지는 씨앗을 뿌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한다.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해온 한 전문가는 "현대중공업은 조선기자재를 상당부분 내부 부품사처럼 내재화했다"며 "합병을 하면 대우조선에 납품을 해온 기자재 업체들이 어려워지고, 납품구조가 현대중공업 중심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위기를 맞는 순간 국내 조선 기자재 납품업체들의 생태계 자체가 깨지게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조선 기자재 납품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외부에서 조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는 최근 현대중공업이 일감을 많이 확보해 빠른 속도의 경영개선을 추진하면서 더불어 많은 부품회사들의 경영도 개선되면 좋겠지만 현재의 과다한 부실을 털지 못해 정부가 다시 출자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위기상황으로 몰렸을 경우 기자재 및 부품회사 생태계는 완전히 붕괴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서 손을 떼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합병으로 국내 조선 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경쟁보다는 독과점 형태의 대형조선사가 탄생하는 것이라서 합병으로 인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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