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문재인...중국을 30년 더 앞서 갈 신(新) 산업구조는?
박정희와 문재인...중국을 30년 더 앞서 갈 신(新) 산업구조는?
  • 권의종
  • 승인 2019.02.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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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먹여 살릴 새로운 산업 포트폴리오...지금 세대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큰 소명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청와대 공보비서를 지낸 원로의 회고담이다. 1978년 말 청와대에서 오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모 일간지 기자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예정에 없던 질문을 불쑥 던졌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중화학 공업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물었다. 돌발성 질문에 장내는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잠시 침묵을 깨고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지금 북경과 상해간 도로는 한 시간에 자동차가 한 대 쯤 지나갈 정도로 한산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11차 삼중전회(三中全会)에서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했다. 앞으로 중국이 국제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한국의 설 땅이 없어진다. 산업구조를 지금보다 최소 20년은 앞으로 가져가야 우리 국민들이 30년 정도 중국보다 잘 살 수 있다.”

대통령 마음에 걸리는 게 또 있었다. 화교였다. 이들을 그대로 둔 채 경제개발을 진행할 경우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한 화교에게 성장 과실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했다. 동남아 국가들처럼 ‘화교 재벌’이 탄생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던 터였다. 국내 거주 화교에 대한 대대적인 제한 정책이 잇달아 시달된 이유다. 화교 영향력 축소를  위한 재산 몰수, 외환거래 금지, 무역업 규제, 부동산 소유 금지 조치들이 간단없이 취해졌다.

1968년 신규 토지취득 규제가 완화됐지만, 거주용은 200평, 상업용은 50평까지만 허가되었다.  차별정책으로 1945년 해방 당시 60만 명에 달했던 국내 화교인구는 1975년 5만7천 명 수준으로 줄었다. 2018년 4월 기준 한성화교협회가 비공식 추산한 화교(대만 국적 보유자)의 수는 2만1천 명 선이다. 압박과 통제를 못 견딘 화교들 상당수가 한국 땅을 등진 결과였다.

중화학 공업화 정책 추진 박정희 대통령의 속내... 중국 부상과 화교재벌 탄생 막으려던 의도

어찌됐든 시대를 앞지른 산업구조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선진국 문턱으로 불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도 세계 7번째로 돌파했다. 그 사이 중국의 추격도 매서웠다. 산업경쟁력 면에서 한국을 바짝 따라 붙었다. 일부 부문에서는 추월이 목격된다.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G2 맹주의 단계에까지 이른 중국이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아직도 1960~70년대 ‘박정희 모델’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간 누려왔던 비교우위 경쟁력이 시나브로 소진되어 왔다.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박정희식 셈법대로라면 10년 전쯤 구조개혁에 나섰어야 했다. 시기는 놓쳤지만 이제라도 낡은 틀을 헐고 새 프레임을 짜야한다. 지난 날 박정희 정부가 했던 고심을 다시금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어쩌면 그 때 보다 더 어려운 선택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화교 축출과 같은 차별적 규제는 꿈조차 꾸기 어렵다. 더구나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남아있을 리 없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자력으로 개척해야 하는 외로운 첨병(尖兵)의 입장이다. 그나마 박정희 모델에서 원용할 수 있는 요소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다. 선견지명은 지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일지 모른다.

‘미래산업보고서’의 저자 알렉로스는 세계 산업지도를 재편할 차세대 산업으로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데이터 분석 분야를 꼽았다. 정부도 산업혁신성장계획에서 전기와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활용 가전,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와 헬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5대 신 성장산업으로 열거했다. 하지만 여기에 얽매이면 안 된다. 장기적·거시적 관점에서 새롭게 심사숙고 해야 한다.

산업 새판 짜기, 단임제 정부에겐 마뜩찮은 사안... 실기했다간 후세에 두고두고 원망 받을 일

산업의 새 판 짜기에도 바쁠 터에 소모적 논쟁으로 허송세월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 정책 등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가 가관이다. 도를 넘고 있다. 남의 말 듣기를 꺼리는 정부나,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할 것처럼 떠벌이는 언론이나 정치권 모두 좋은 점수 받기는 글렀다. 고담준론의 소일로 차세대 산업구조 설계에 실기한다면 후세로부터 두고두고 원망만 살 것이다.

시간이 넉넉지 못하다. 집권 5년은 시위를 떠난 화실처럼 후딱 지나간다. 크고 작은 현안에 매달리다 보면 어느 새 임기 말이다. 잘못된 과거사 들추기 등에 힘을 쏟다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할 수 있다. 역대 정부들이 저질러온 과오다. 게다가 산업구조 재편과 같이 임기가 끝나고 한참 지나서야 효과가 나타나는 장기적 과제는 단임제 정부로서는 마뜩찮은 일거리다.

추진 방식도 달라야 한다. 박정희 시절처럼 정부가 위에서 일방적으로 정하고 밀어붙이는 톱다운 방식은 통하기 어렵다. 지금은 개발독재 시대가 아니다. 정부는 창의력과 융복합이 일상화될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혁신 주체로서 적합지 못하다. 각계의 전문성을 동원하고, 정부와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버텀업 형식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향후 30년을 위한 먹거리 발굴은 더 이상 지체될 수 없는 한국 경제의 긴급 과제다. 다음 세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산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 현 세대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큰 소명이다. 그러려면 멀리 봐야 한다. 근시는 멀리 보지 못한다. 눈앞의 일에만 사로잡혀 앞일을 짐작하는 지혜를 발휘하기 어렵다.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두루 잘 볼 수 있는 ‘다초점 혜안’으로의 교정이 시급해 보인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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