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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과 겸손의 미학
기업경영과 겸손의 미학
  • 장태평
  • 승인 2019.01.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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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일본 마쓰시따 전기의 창립자인 마쓰시따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그는 공존공영의 경영철학으로 거대 기업을 이루었다. 그는 ‘학력이 미천한 덕분에 늘 배우고 배운 사람을 귀하게 대접하였으며, 가난한 덕분에 부의 귀함을 알고 이를 위해 노력하였고, 병약한 덕분에 건강을 관리하며 사업에 성공하였다.’고 했다. 이런 ‘덕분에 철학’의 근저는 겸손이다. 내세울 것이 많을 텐데도 ‘나는 못 배웠고, 가난했고, 허약했다’는 겸손을 앞세운다. 그는 이러한 결핍이나 시련을 늘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감사했는데, 이 겸손이 발전의 추동력이 되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대기업 경영자들의 ‘갑질 소동’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업의 CEO들이 직원들 위에 군림하고, 대기업이 하청기업이나 소비자들의 권익을 무시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요즈음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실천하도록 강조되고, 리더십에도 섬김의 리더십이 중시되고 있는데, 이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이제는 소비자주도 시대이고, 대중주도 사회이다. 외부환경과의 상생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기업은 소비자, 거래 상대방, 직원들, 그리고 사회 전체에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런 신뢰를 획득하려면 겸손의 미학을 알아야 한다.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사회에 우월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에 불과하고, 사회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신다고 했다. 교만한 사람들은 자신이 우월하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거부한다. 심지어 기존의 법도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신은 그를 응징한다. 그런데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들을 존중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른 사람들을 귀하게 활용한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들은 인간경영을 한다. 그리고 법도를 지킨다. 그래서 성공한다. 노자도 인생의 세 가지 보물이 자비, 검소, 겸양이라 하였다. 공자를 포함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에서도 인간 성품의 탁월성을 위해서는 중용이 중요하고, 이의 핵심은 겸손과 절제라고 하고 있다. 겸손은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현대 경영에서 중요한 아웃소싱의 의미를 보자. 어떤 일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일은 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이익이다. 구글은 2001년 이후 200건이 넘는 M&A를 통하여 기술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물론 아웃소싱의 단점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첨단화되고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가속화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 수행할 수 없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이나 그 기업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이것도 자기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대기업들은 대개 사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다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다. 그 결과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방해된다.

우리 대기업은 선택과 집중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기업은 조직력과 자금력을 동원하여 어떤 분야에 들어가든지 우월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선진 외국의 대기업들은 사업의 범위를 넓혀도 대개 자기 전문 분야에 집중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처럼 제조, 금융, 백화점, 물류, 호텔업도 하고, 심지어는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식이 아니다. 우리 대기업은 무엇이나 잘 할 수 있다고 맹신한다. 선진 외국 기업은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할 수 있어도 겸양지덕으로 정도를 지킨다.

기업은 자기 논리에 갇혀 자만하면 안 된다. 코닥은 필름시장의 제왕이었다. 디지털 사진기가 나오면서 경쟁력을 잃어 도산되었다. 그런데 디지털 사진기는 사실은 코닥의 연구원이 가장 먼저 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영진들은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사진기가 자기들의 독점적인 필름 시장에 오히려 해롭다고 생각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경영진들의 교만이 기업을 패망의 길로 가게 했던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눈앞의 이익만이 아니라 사회와 소비자와 다른 기업들과도 비전과 이익을 나누고 후세와도 공유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외부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양지덕을 가져야 한다. 겸손은 상생과 지속성장의 요체이며, 사회적 자본의 핵심 가치이다. 우리 기업들이 겸손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경영에 내면화하기를 기대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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