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시한폭탄…고소득층은 투자용,저소득층은 생계형 
가계빚 시한폭탄…고소득층은 투자용,저소득층은 생계형 
  • 내미림 기자
  • 승인 2019.01.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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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은 집값 오르면, 저소득층은 자영업 시작하면 부채 증가"
▲출처-뉴시스
▲출처-뉴시스

[금융소비자뉴스 내미림 기자]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새롭게 자영업을 시작했을 때 가계부채가 주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고소득층은 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저소득층은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잃으면 부채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경제동향&이슈'에 실은 '가계부채의 미시적 결정 요인 분석' 보고서는 우리나라 가구의 부채(담보·신용)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소득분위별로 분석했다.

연구 기초 자료는 전국 2만여 가구를 상대로 2012∼2017년 시행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올해 3분기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6.7% 늘어난 1천514조원이다. 최근 증가율이 둔화하는 추세지만 2011∼2014년 평균(5.8%)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분석 결과 가계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부동산 보유와 자영업 종사 여부가 가계부채 증가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부동산 가액이 1% 상승하면 부채는 0.66%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으로 전환한 가구도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부채가 17.8% 늘어났다.

다만 소득 수준에 따라 부채증가를 견인하는 주된 요인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1% 올랐을 때 부채 상승률은 소득 4∼5분위(상위 40%) 고소득 가구가 0.73%로 1∼2분위(하위 40%) 저소득 가구(0.36%)의 두 배를 웃돌았다.

고소득 가구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 담보대출 외 신용대출(0.11%)까지 늘렸다. 저소득 가구의 신용부채는 부동산 가격과 연관성이 없었다. 고소득 가구가 부동산 투자를 위해 집중적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자영업으로 전환했을 때 비전환 가구와 비교한 부채 증가율은 저소득 가구(18.5%)가 고소득 가구(15.1%)보다 더 높았다. 저소득 가구는 상용직에서 임시·일용직으로 전환할 때 신용대출이 20% 가까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가구는 임시·일용직, 자영업 전환 여부 등 종사상 지위와 신용대출 증가 간 통계상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저소득 가구의 부채증가에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저소득 가구의 부채 대다수가 생계형 대출일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통계라는 해석이다.

보고서는 "부채유형별, 가구소득별로 가계부채 결정 요인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계부채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막대한 가계 부채 문제가 서민층에서부터 폭발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500조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이 눈에 띄게 치솟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상위 19개 대부업체의 평균 연체율은 9.6%였다. 이는 1년 전보다 1.2%포인트 오른 것으로 협회가 연체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연말 기준 역대 최고치다. '연체율'은 금융회사 전체 대출금 중 원리금 상환이 제때(저축은행은 한 달) 이뤄지지 않은 대출금의 비율을 뜻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3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은 매각해버리는데 이 숫자까지 더하면 실제 연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저축은행 대출 연체율은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A저축은행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6.3%로 연초(3.4%)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도 서민층 연체율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9월 4.39%에서 11월 4.56%로 두 달 새 0.17%포인트 상승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며 "여기에 금리까지 오르면서 이자조차 막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해 2월 이후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7.9%에서 24%로 내린 이후, 쪼들린 금융회사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그 불똥이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에게 튀었다.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2017년 1~9월 17.0%에서 2018년 1~9월 12.6%로 4.4%포인트가 낮아졌다. 저신용자 10명 중 9명은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A저축은행의 경우 2018년 1월 10%였던 승인율이 12월에는 6.7%가 됐다.

저신용자들은 2금융권에서 밀려나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빚 상환마저 어렵게 된 서민들이 법원에 부채 탕감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법원에 8만4000명이 개인회생을 신청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00건 늘어났다.

박덕배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최고 금리 인하 취지와 달리 취약 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탄력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사채로 내몰리는 금융 소외층이 더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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