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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미스테리'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장남 '편법 승계' 의혹 증폭
건설업계 '미스테리'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장남 '편법 승계' 의혹 증폭
  • 강승조기자
  • 승인 2019.01.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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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합병시켜 김대헌 부사장 최대주주 등극...세차례 사명 변경으로 '물타기' 시도도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기자] 올 상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최근 장남인 김대헌 부사장의 2세 승계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 이름을 계속 바꿔가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시킨 후 나중에 합병해서 김 부회장을 호반건설의 대주주로 등극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2월 10일 계열사 (주)호반을 흡수합병했다. 합병으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부사장은 회사 지분의 54.7%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주)호반의 주식을 호반건설 주식으로 교환받아 총 151만3705주를 확보한 것이다. 김 부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호반그룹 지주사격인 호반건설을 지배해서 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11년 6월 비오토에 입사한 뒤 불과 7년 만에 승계작업을 완료했다. 김 부사장이 대주주는 됐지만 경영수업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김 회장이 호반건설 회장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두 아들이 10대 후반 때부터 최대주주로 하는 계열사들을 설립하고 내부거래를 통해 급성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회사이름을 계속 바꾸는 수법을 사용했다. 내부거래 비율이나 고배당 등 논란이 사내외에서 집중적으로 불거진 시기에 공교롭게도 회사이름을 변경함으로써 '물타기'를 시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김대헌 대주주인 (주)호반 10년새 매출 157배 늘어나

김 부사장이 호반그룹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도록 한 주역은 (주)호반이다. 호반건설에 합병된 (주)호반은 지난 2003년 비오토란 이름으로 설립돼 2013년 호반비오토, 2015년 호반건설주택을 거쳐 지난해 7월 (주)호반으로 세 차례나 이름을 바꿨다.

호반의 이름이 계속 바뀐 과정을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호반의 내부거래 비율은 사명 교체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율은 2008년 38.6%에 그쳤으나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2009년 71.7%, 2010년 99.4%, 2011년 88.3%, 2012년 96.3%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중 이 회사는 자회사를 하나 둘씩 늘려가면서 덩치를 키웠고 자회사들도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급성장해갔다.

이처럼 엄청나게 높던 호반의 내부거래 비율은 사회적으로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부각되자 낮아지기 시작했다. 호반은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기 위해 흡수합병과 사명교체 전략을 선택했다. 호반은 당시 100% 지분을 보유한 호반씨엠과 에이치자산관리를 흡수합병했다. 사명도 비오토에서 호반비오토로 교체했다. 자회사들을 합병하자 2014년 내부거래 비율은 8.6%로 급락했지만 2015년에는 39.4%, 2016년 43.6%, 2017년 35.04%로 다시 뛰어올랐다. 이 즈음에 호반비오토에서 호반건설주택으로 이름을 다시 바꾸게 된다.

호반건설과 합병이 본격화된 지난해 호반건설주택은 (주)호반으로 이름을 바꿨다.(주)호반은 10년새 매출이 무려 157배나 뛰었다. 비결은 다름아닌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이미 그룹내에 호반건설이라는 회사가 있었지만 (주)호반에 일감을 대거 몰아주는 방식이었다. (주)호반의 2008년 매출은 166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매출 1조2194억원을 올리면서 호반건설 매출(1조1593억원)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매출이 2조6158억원으로 호반건설(1조3103억원)에 비해 2배나 많았다.

매출이 역전되면서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호반이 유리한 조건을 얻게 됐다. (주)호반과 호반건설의 합병비율은 1대 5.88이었다. 합병당시 (주)호반 지분 85.7%를 보유한 최대주주 김 부사장은 자연스럽게 호반건설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김 부사장의 호반건설 주식 취득 사유는 상속이 아니라 합병이어서 그는 상속증여세 부담없이 그룹을 승계할수 있게 됐다.

▲호반건설 신사옥 조감도
▲호반건설 신사옥 조감도

호반건설은 올 상반기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합병으로 매출 4조원에 달하는 시공능력순위 10위의 대형 건설회사로 성장했다. 호반건설이 상장하면 김 부사장의 지분가치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김 부사장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그룹을 소유하고 상장 실익까지 챙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회사의 급성장과 사명 교체 시기가 거의 일치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0년에 회사이름을 서너 차례나 변경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라면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이름을 바꿨다는 것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로 볼수 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호반 합병으로 김대헌 부사장 '2세 승계' 완료

호반건설과 호반의 흡수합병으로 2세 승계 절차가 마무리됐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10일 공시를 통해 김 부사장이 지분율 54.73%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고 밝혔다.  호반의 2대 주주이자 김상열 회장의 부인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분율 10.84%로 2대 주주에 올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김상열 회장은 소유주식수 변동은 없지만 합병으로 신주가 늘면서 지분율이 29.08%에서 10.51%로 떨어졌다. 

호반건설이 공식적으로 밝힌 합병 이유는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사업간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다. 주택시장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업 영역이 비슷한 두 기업을 합해 덩치를 키우고, 이후 기업공개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호반그룹의 2세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의 다른 두 자녀도 가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장녀 김윤혜씨는 호반의 쇼핑몰 브랜드인 '아브뉴프랑'의 마케팅 실장을 맡고 있으며 계열사 호반베르디움 지분 30.9%를 갖고 있다. 차남 김민성씨는 호반산업과 호반베르디움의 지분을 각각 72.37%, 20.65% 보유하고 있다.

지난 해 초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인수 의사를 밝히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2017년 4분기 대우건설의 모로코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원의 손실이 드러나자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을 올해 진행했지만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 로 성사되지 않으면서 매각 시기가 올해 이후로 미뤄졌다”면서 “여기에 호반건설이 올해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호반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그룹 승계 문제는 미래전략실에서 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 상장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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