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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PP 가입, 계속 미루다 ‘국제 외톨이’ 될라
CPTPP 가입, 계속 미루다 ‘국제 외톨이’ 될라
  • 권의종
  • 승인 2019.01.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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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수지타산에 의한 결정보다 세계 무역질서에서 한국의 입지-전략 차원의 접근 바람직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2018년은 대한민국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한 해였다.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6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1948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70년 만의 쾌거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가 6천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7번째다. 무역수지도 10년 연속 흑자 행진이다. 수출이 잔뜩 흐린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호사다마일까.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되었다. 세계 6위 무역대국 한국은 빠져있다. 일본·호주·캐나다·베트남 등 아시아 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인구 5억 명 이상,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를 차지한다. 참가국 경제규모로 따지면 세계 3번째 경제블록이다. 한국의 무역비중도 24.6%나 된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모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 전략의 목적으로 추진했다. 2012년 일본이 협상에 참여하면서 중국의 동아시아지역 패권 추구에 맞서는 미·일 동맹의 양상을 띠었다. 2015년 타결되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미국의 탈퇴로 무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1개국은 그대로 남아 CPTPP를 만들어 냈고 지난해 12월 30일 발효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는 수세적 입장으로 일관했다. 가입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며 고심만 거듭해 왔다. 협상 참여의 기회가 주어진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TPP 참여가 중국의 반대편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의식, 가입을 망설여 왔다. 현 정부 들어서도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중 가입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입장이었지만 소리 없이 해를 넘겼다.

일본 주도의 다자간 무역협정, 한국 경제에 약일까? 독일까?...거시적·종합적 판단 필요

통상환경, CPTPP 측의 신규가입 논의 동향을 검토해 가입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는 게 여전한 정부의 방침이다. 11개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9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 우리 무역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중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단순한 문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경제 사안이 그러하지만 특히 통상 현안만큼은 단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신중히 고려해야 할 요인이 한 둘이 아니다.

당장 한국 기업이 이들 국가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할 때 누려온 FTA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종전에는 일본이 캐나다, 호주 등에 수출할 때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한 한국보다 높은 관세를 물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양국의 수출 조건이 비슷해진다. 일본이 FTA를 안 하는 동안 한국 기업이 누려왔던 비교우위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CPTPP에 더 많은 나라들이 가입해 영향력이 커지는 경우까지 내다봐야 한다. CPTPP는 농업을 포함해 무역 자유화에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고 거의 모든 무역 상품에 대해 100% 관세 철폐를 목표로 한다. 노동·환경, 전자상거래 등에 대한 선진 규범을 담아 세계 무역질서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CPTPP를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 분야인 디지털 통상 등에 대한 규범 논의가 진행될 경우 자칫 한국만 ‘국제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의 CPTPP 가입이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것과 같은 효과, 즉 ‘한일 시장개방’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일시적으로 일본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동차, 기계, 부품·소재 등에 악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이유만으로 CPTPP 가입을 망설이는 것은 합리적 해법이 될 수 없다.

경제발전은 개방 속에서 얻어져... 일본시장 경시해도, 미국 움직임에 과민해도 안 돼

일본 시장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일본은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에 이어 우리의 수출 5위 국가다. 근년 대일본 주요 수출품의 증가 추세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철강제품의 경우 2017년 중 전년 대비 25.2% 증가,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시현했다. 이밖에도 많은 제품군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대일 수출을 이끌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를 위한 인프라 건설수요도 이어지고 있어 한국산 자재의 유망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구조면에서 불리한 것 만도 아니다. 한국은 주요 수출품인 전자제품, 자동차, 기계 제조 등에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CPTPP 가입으로 일본산 수출용 원자재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한류의 영향력도 긍정적이다. 한일관계가 안 좋은 요즘 상황에서도 일본 젊은 층의 한국산 식품과 소비재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가입 움직임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도 없다. 교섭력 면에서 한국과 미국은 근본적 차이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무역체계보다는 상대국을 힘으로 누르기 쉽고 더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양자 무역협정을 선호한다. 미국이 일본, EU와 개별적으로 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은 힘의 논리를 구사할 수 있는데 비해 한국은 국제 규범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CPTPP 가입이 단순한 산업적 수지타산 만으로 결정되어져서는 안 된다. 세계 무역질서에서 한국의 입지나 전략 차원에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 필수적이다. 자폐적 쇼비니즘이 성공한 예는 없다. 경제 발전은 개방 속에서 얻어진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다. CPTPP는 수출 강국 대한민국을 이어갈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호기는 올 때 꽉 잡아야 한다. 놓치면 후회하게 마련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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