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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간 방위비 경제학...분담금, 합리적인 적정 규모여야
한미간 방위비 경제학...분담금, 합리적인 적정 규모여야
  • 권의종
  • 승인 2019.01.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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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시련’에서 ‘과실 실현’으로...낼 돈은 내야 하지만 한반도 평화 위해 슬기로운 협상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의미다. 생태계에서도 통하는 자연법칙이다. 식물들 역시 고통 뒤에 즐거움이 시작된다. 온대 식물은 무더운 혹서를 견디고 나서 가을에 꽃이 피거나, 겨울 혹한을 지나고 맞는 봄철에 꽃망울이 터진다. 과수 농사도 추위가 길어야 풍년이 든다. 철쭉은 여름과 겨울에 고통을 받아야 이듬해 꽃이 많고 화려하다. 고통이 심할수록 꽃이 잘 피고 열매가 충실해진다.

국가별 인구출산 동향도 그렇다. 기후조건이 열악하고 가난한 나라일수록 자손이 적을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경제적 빈국일수록 인구 밀도가 높다. 더위나 추위가 심한 아프리카 국가나 알래스카 지역의 사람들은 자식을 더 많이 낳는다. 이에 비해 기후 조건이 온화한 국가들의 경우에는 자식 수가 적은 편이다. 시련이 풍요를 낳는가보다.

한·미 동맹도 그랬으면 좋겠다. 고생한 만큼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양국 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당장 ‘뜨거운 감자’다.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이 표류 중이다. 지난 해 중 타결을 목표했으나 올해로 넘어왔다. 그간 10차례의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접점을 못 찾았다. 방위비 총액과 연 증가율, 유효기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팽팽하다. 서로의 입장차가 크다.

미국은 5년 주기 협상을 1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해왔다. 한국 부담금을 현재보다 대폭 인상된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장도 강경 일변도다. “미국이 경찰국가를 계속할 수 없다. 세계의 호구(虎口)가 아니다”라며 대놓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무임승차’까지 운운하며 분담금을 올리라고 성화다. 70년 전통의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릴까 걱정이 크다.

‘고진감래’ 자연법칙, 한·미 관계서도 통할까?... 부담스런 미국 측 요구, 대응방식이 중요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 연합체제 유지에 쓰인다. 주한미군 자체의 운영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나, 한반도 방위를 위해 순수하게 들어가는 비용은 한·미 연합 차원에서 양국이 절반씩 내고 있다. 지난 해 한국의 분담금은 9,602억 원이었다. 1991년 이래 인상폭은 2.5~25.7%였다. 2014년에 합의된 종전 분담금도 전년 대비 5.8% 늘었다. 매년 물가상승률 수준의 인상폭이었다. 미집행 금액만도 1조원 넘는데도 계속 더 많이 내라는 채근이다.

이래저래 미국 측 요구가 부담이다. 그럴수록 대응 방식이 중요하다. 인상폭 낮추기가 시급하나 감축 시도가 자칫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깎으려다 덤터기를 쓸 수 있다. 뉴턴의 제3법칙 ‘작용과 반작용 원리’가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 단순히 인상률 수치에만 연연할 수 없는 게 딜레마다. ‘비용 최소화’ 개념에 매몰되기보다 한반도 평화의 가치와 국가안보의 효율을 따지는 ‘실사구시’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냉엄한 외교 현장에서 읍소나 하소연은 먹히기 힘들다. 방위비 부담을 줄여 달라고 매달리는 낮은 자세가 통할 리 없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부과 등 다른 외교 현안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협상의 상대가 막강한 만큼 원칙에 기초한 정면 돌파가 방책이 될 수 있다. 부담금이 느는 한이 있더라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협상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방위비 부담금 인상을 감당치 못할 정도의 재정 형편은 물론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0위권 경제국으로 비상한 대한민국이다. 성급한 자신감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자력으로 방위비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도 멀지 않아 길러지리라 믿는다. 언제해도 해야 할 자주국방이라면 미룬다고 능사가 될 리 없다. 다만 주한미군의 문제는 경제적 거래의 흥정 대상이 아닌 한미 동맹의 차원에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비용 최소화’ 관념의 매몰보다, 평화의 가치와 안보의 효율을 따지는 ‘실사구시’ 전략 바람직

당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전략자산 전개비용’이다. 핵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무기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B1-B 전략폭격기의 경우 괌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한 차례 전개하는 데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 항모 강습단은 수백억 원이 소요된다. ‘미군 주둔비용 지원’이라는 방위비 분담금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지만, 안건으로 제시된 이상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부담금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국제비교가 주는 시사점도 크다. 한국국방연구원이 발표한 '주한미군 직간접 비용현황 자료‘만 봐도 개략적 판단이 가능하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분담금은 9,320억 원이나, 이 말고도 추가 제공되는 직접비용이 1조5천억 원에 이른다. 주한미군 기지 주변 정비비와 미군이 공무나 작전 중 입은 피해 보상 등이다. 훈련장 제공 비용과 각종 세금 면제 등 간접비용도 9,589억 원이나 된다.

2015년 기준으로 주한미군 주둔에 제공된 직간접 총비용은 3조 3,868억 원에 달한다. 비슷한 기준으로 일본이 부담한 주일미군 주둔 지원내역은 5조 4,547억 원이다. 양국의 집행 방식이 다르긴 하나, 주한미군 2만8천 명, 주일미군 6만2천 명의 인원수를 감안하면 한국의 부담비율이 적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점들을 협상에서 집중 부각시켜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간 방위비 분담협상은 슬기롭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내야할 돈은 당연히 내야 하지만, 합목적성에 기초한 적정한 규모여야 한다. 깎으려만 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덤터기를 써서도 곤란하다. 제 몫도 안 내고 얻으려는 ‘몰염치’도 문제지만, 뭘 좀 얻어 보겠다고 턱없는 비용을 지불하는 ‘호구’가 될 수는 없다. 현명한 판단과 지혜로운 전략으로 ‘과정의 시련’을 ‘과실의 실현’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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