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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새해엔 '상인적 현실감각'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 새해엔 '상인적 현실감각' 찾아야
  • 정종석
  • 승인 2018.12.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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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수행 지지율 45.9%로 최저치 기록...장사꾼같은 처절함과 낮은 자세로 무장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골든크로스(golden cross)와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주가를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의 지표이다. 서로 다른 기간의 주가의 이동평균선이 비교되는 상황에서 주가의 강세와 약세를 판단하는 것이다.

골든크로스는 중기 이동평균선(75일선, 13주선 등)이 장기 이동평균선(150일선, 26주선 등)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현상이다. 대세가 강세경향으로 접어들었다는 확인신호인 셈이다. 반면 데드크로스는 상승시세에서 하강시세로 전환하는 경우, 중기선이 장기선(長期線)을 위에서 아래로 뚫고 나가는 현상이다. 대세가 약세로 접어들었다는 확인신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0% 중반까지 떨어져 최저치를 기록하며 2018년을 마감했다. 부정평가는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른바 데드크로스 현상이다. 정치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웃돌 때 이를 데드크로스, 반대일 경우 골드크로스 현상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YTN 의뢰로 지난 24~28일 유권자 2011명에 물은 결과, 올해 마지막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지난 주보다 1.2%p 내린 45.9%(매우 잘함 21.6%, 잘하는 편 24.3%)를 기록한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6%p 오른 49.7%(매우 잘못함 33.3%, 잘못하는 편 16.4%)로 역시 취임 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2.4%p 감소한 4.4%였다. 부정평가와 긍정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2.2%p) 내인 3.8%p로, 리얼미터 주간 집계로는 처음으로 취임 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문재인 대통령, 지난 해 5월 취임 후 1년 8개월 만에 '데드 크로스' 맞아

역대 대통령은 대체로 취임 초기에 높은 지지율을 구가한다. 그러다가 실정과 악재가 쌓이면서 지지율이 하락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달도 차면 기운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 오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부분 대통령들도 지지율에 있어서 모두 데드크로스를 경험했다. 이 가운데 데드크로스가 가장 늦게 온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취임 3년차 때 발생했다. 주가폭락과 대형건설사 부도 등 악재에 다른 것이었다. 가장 빨리 온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취임 1개월 만에 부정평가율이 긍정평가율을 앞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3개월 만에 데드크로스 상태를 맞았다. 대구지하철 참사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반면 현재 구속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3개월만에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한 이후 1년 4개월 만에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5월 취임 후 1년 8개월만에 데드크로스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의 배경에는 경제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깔려있다. 이에 '김태우 폭로사태'와 여당 의원의 '공항 갑질' 논란 등 각종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31.5%p(최고치 77.4%, 최저치 45.9%) 하락한 반면, 부정평가는 33.8%p(최고치 49.7%, 최저치 15.9%)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더라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문 대통령처럼 장기간 하향세가 지속된 사례는 처음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이 경제 문제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경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했지만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연말이 되면 경제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얼어붙은 경기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내년 경제가 호전된다는 전망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DJ 대통령, 정치지도자 덕목으로 '서생적 문제의식-상인적 현실감각' 강조

그 사이에 장 전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전격적으로 경질됐고, 이들이 장담한 경제호전 전망에 대한 해명이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그 이후에도 현 정권이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새해에도 경제상황이 극적으로 호전되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정치지도자의 덕목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했다. 현실을 외면한 정치철학의 공허함과, 철학이 없는 현실감각의 천박함을 동시에 경계한 것이다.

그는 공기업 민영화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IMF위기를 돌파한 공로가 있다. 노동자의 실직과 저임금을 감수한 용단이었다. 이지스함 건조를 시작했고 크루즈 미사일 개발에 착수하는 한편 대북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했다. 재건된 경제와 강화된 안보를 바탕으로 햇볕정책을 밀어붙이고 임기 말에 평양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도 그의 현실감각을 잘 보여준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놓고 볼 때 문재인 정부의 서생적 문제의식은 선명하다. 반면 상인적 현심감각은 상당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경제기조는 아직까지 레토릭에 가깝게 느껴지고, 재벌·부동산·노동·복지·세제 등 분야에서의 개혁은 지지부진하게만 보인다.

굳이 소득주도성장을 예로 들자면 소득을 늘려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서생적 문제의식을 잘 표출한다. 그런데 집착증이 문제다. 문제의식 밖의 현실은 차갑고 거친 탓이다.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가 등 돌리고, 한미동맹은 흔들리며, 한일관계는 최악이다. 서생적 문제의식은 있으나 상인적 현실감각이 없다는 방증이다.

교수신문이 최근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 결과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을 선정했다.임중도원은 ‘논어-태백편’에 실린 고사성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전호근 경희대 철학과 교수)”에서 골랐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남산골 샌님' 자세론 공리공담((空理空談)에 그쳐

남북관계에도, 이 땅의 민생을 위해서도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춘 대통령의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현 정부의 단순한 문제의식은 비판의 수용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은 날이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아직 3년 4개월이나 남아있다. 이처럼 갈 길이 멀지만 문 대통령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자칫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인상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적폐청산 등에서는 나름대로 진전을 이루었는데도 우리 사회는 반감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또 노사문제나 경제정의 구현 등 경제사회적 개혁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수들이 ‘임중도원’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을 것이다.

민노총과 참여연대는 촛불혁명 이후 현 정권의 최대 지지세력이다. 그런데 이런 민노총과 참여연대가 상당수 정책을 놓고 현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주요 기반세력의 지지를 상실한 상태에서 현 정부가 정상적이고 온전한 기능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여당이 과거 김대중 정권 시절 작동했던 상인적 현실감각이 있는 지를 점검하고, 없다면 이를 발동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정치는 물론 현실세계에서도 서생적 문제의식 만으로 현상을 타개할 수 없다. 고려나 조선시대에는 가난하면서도 자존심 강한 선비가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남산골 샌님 같은 자세로는 현실성 없는 공리공담((空理空談)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그런 낭만주의 시대가 아니다. 그럴만한 시간도 없다. 오히려 한눈 팔면 죽는다는 저자거리 장사꾼같은 처절함과 낮은 자세로 무장한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만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 민노총이나 참여연대 등 전통적인 지지세력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은 문재인 정부의 현실감각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새해 2019년에는 어느 때보다도 임중도원의 결의로 상인적 현실감각을 서둘러 갖춰야 할 듯 싶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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