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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지존 ‘김앤장 신화’와 ‘적폐청산 시즌2’ 영순위
법률 지존 ‘김앤장 신화’와 ‘적폐청산 시즌2’ 영순위
  • 김명서
  • 승인 2018.12.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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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 자본과 권력의 ‘해결사’ 역할에 안주...사회적 약자-소수자 외면해 비판 받아

[김명서 칼럼]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시쳇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도전과 추월을 허용치 않는 ‘절대지존’이었다. 동종업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탄탄한 맨파워, 막강한 인맥이 그 바탕이다. 김앤장을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무소불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김앤장의 명성에 구멍이 뚫렸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김앤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상 최초’다. 사유는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에 공범으로 참여했다는 혐의. 김앤장은 강제징용 사건에서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 측 대리인이다. 압수수색 대상은 판사 출신인 한 모 변호사(68)와 곽 모 변호사(49) 사무실. 한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송무 팀을 이끄는 핵심 멤버로 알려졌고, 곽 변호사도 김앤장 소속이었고, 박근혜 청와대에서 1년3개월 동안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압수수색과 관련한 전후 사정이 묘하다. 검찰이 밝힌 압수수색 시기는 지난 11월12일. 그런데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이 지난 12월 3일. 무려 21일이 지난 다음에야 언론에 이를 브리핑한 것이다. 압수수색 사실을 아예 숨기거나, 당일 또는 며칠 만에 공개했던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 두 곳 말고 김앤장의 다른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건에 관련된 다른 변호사들도 검찰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관련 압수수색...‘별건 비리’ 적발 또는 ‘막후거래’ 가능성도

압수수색은 당하는 처지에서 보면 ‘탈탈’ 털리는 것과 다름없다. 범죄 혐의 관련 자료만을 가져가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현장에서 이를 구분해 집행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죄다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보면 본래 혐의와 관련 없는 또 다른 비리도 드러나기 일쑤다. 수사기관으로서는 ‘망외소득’을 얻은 셈이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별건 수사’다. 이는 피의자를 옥죄는 이른바 ‘플리바게닝’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별건’은 봐주고, ‘본건’과 관련해 자백을 받아내는 거래가 가능해진다.

김앤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법 농단’ 수사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구체화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5년부터 그 다음해까지 양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를 최소 세 차례 만나 강제징용 사건 처리와 관련해 대법원의 재판 처리 방향 등을 알려주었다는 것. 양 대법원장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직권남용죄를 저질렀고, 한 변호사는 공범일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결론이 한 변호사의 자백에 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압수수색에 따른 ‘성과’일 가능성은 크다. 그리고 압수수색 집행이후 21일이 흐르는 동안 검찰과 김앤장 간에 ‘플리바게닝’성격의 ‘막후 거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한 변호사의 역할로 미루어 김앤장으로서는 된통 물렸을 것으로 여겨진다.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김앤장은 이번에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권력 세계에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발단은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를 뒤집으려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대법원 등에서 뻑적지근한 ‘최고위급’ 인물들이 등장한다. 양 전대법원장 외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적이고, 윤병세·유명환 전 외교부장관도 김앤장을 위해 주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회의에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정종섭 행안부 장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차한성·박병대 법원행정처장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윤병세 유명환 조윤선 세 사람은 김앤장에서 상당 기간 고문으로 재직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김앤장의 변호사는 한국인 750여명, 외국인 160여명을 합쳐 920여명. 지난해 매출은 1조원 남짓. 조직이나 매출 규모에서 국내에서는 단연 1위다. 여기에다 전직 장.차관을 비롯해 퇴직 고위관료 출신도 상당수를 확보하고 있다. 그 숫자도 국내 로펌 가운데 1위.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 등 경제 관련 규제.감독 기관 출신이 많다. 고문, 자문위원. 전문위원 등 직책을 달고 옛 소속기관 등을 상대로 로비스트로 활동한다.

김앤장 조직 운영 행태는 시대착오적...법-원칙-논리를 인맥-로비로 해결하려는 것은 반칙

문제는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자본과 권력의 편에서만 활용해 왔다는 데 있다. 재벌기업과 외국자본의 법률대리인을 맡으면서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를 철저히 외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사회정의를 내세우는 변호사 집단답게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해 헌신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김앤장이 수십 년에 걸쳐 가꾸어 온 조직 운영 행태는 명백히 시대착오적이다. 법과 원칙과 논리로 다퉈야 할 일을 인맥과 로비로 해결하려는 것은 반칙이며, 이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에 따른 피해는 원칙을 지키고 순리를 따르려 한 평범한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는 외부에서 충격을 줘야 한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구멍은 뚫린 상태다. 이미 여러 개가 뚫렸을 수도 있다. 한 번 뚫린 구멍은 커지기 마련이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일로매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김앤장에 대한 수사 역시 ‘법조개혁’ 차원에서 중심에 두어야 한다. 시중에서는 김앤장을 ‘적폐청산 시즌2’의 영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색을 하고 나선다면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될 것이다. 거래나 타협이 없는 '끝장승부', 기대해 본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전 서울신문 정치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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