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내미림 기자] 대기업집단 총수나 2·3세는 '책임 경영'보다는 지배력이나 잇속을 챙기는 데 더 관심이 있는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공개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서 이같이 성향을 엿볼 수 있고 내부 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사외이사나 위원회는 외형적으로는 잘 갖춰져 있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수기'나 '예스맨'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에 따라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적극성은 높아졌지만, 소수주주의 목소리는 여전히 미약해 재벌그룹의 의사결정에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벼한
공정위가 올해 지정된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60개 중 신규 지정된 3개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56개 집단 소속회사 1884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지배구조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 소속회사 1774개 중 총수 일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386개로 21.8%에 불과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55개사로 8.7%에 그쳤다.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3년 전보다 18.4%에서 올해 15%로 감소했다. 특히 총수 본인이 전혀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집단은 14개(28.6%, 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CJ·대림·미래에셋·효성·태광·이랜드·DB·동국제강·하이트진로·한솔)에 달했다. 이 중 8개는 2·3세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총수나 2·3세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으면 경영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피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총수 일가는 기업집단의 지배력이나 이득 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회사에는 적극적으로 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실제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386개 중 주력회사(46.7%),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회사(86.4%),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65.4%) 등에 집중됐다. 이는 전체 회사 대비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 21.8%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또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97개) 중 75.3%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52개) 및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피해 가는 '사각지대' 회사(21개사)였다.
이사회 작동 현황을 보면 내부 감시 기능을 높이려는 장치들이 도입됐지만 실효성은 미흡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결과 드러났다. 56개 그룹 상장회사 이사회에서 상정된 안건 5984건 가운데 5958건(99.5%)은 원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특히 내부거래 안건 810건 중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크게 늘었지만 소수주주권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최근 1년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대기업집단 소속 211개 상장사의 주주총회(안건 총 1362건)에 참가했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한 의결권 비율은 73.8%였다. 찬성은 89.7%, 반대 10.3%였다.
지난해 이어 연속으로 지정된 26개 집단을 비교하면 의결권 행사비율은 작년 71.5%에서 올해 77.9%로, 반대 비율은 5.8%에서 9.5%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해외와 국내 기관투자자의 반대 비율 차이도 지난해 5.1%p에서 올해 0.4%p로 크게 좁혀졌다.
이익 보호를 위해 소수주주에게 인정된 '소수주주권' 행사는 최근 1년간 14차례 행사됐다. 회계장부 열람권 3건, 주주제안권 8건, 실질주주명부 열람청구권 1건, 주주총회 소집청구 2건이었다.
공정위는 앞으로 공시점검 결과와 채무보증 현황 등 대기업집단의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해 시장 감시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신봉삼 국장은 "대기업집단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개별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스스로의 개선이라기보다는 정부 규제 대응 차원이기 때문에 실제 작동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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