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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분노도 표출 못하는 짝사랑 정부와 무관심 국민
정당한 분노도 표출 못하는 짝사랑 정부와 무관심 국민
  • 임정덕
  • 승인 2018.11.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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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칼럼] 개인적 분노와 국가적 분노는 차원이 다르다. 개인은 화가 나도 참는 것을 덕목으로 삼는 수도 있고 상대의 모욕적 언동이나 푸대접에도 은인자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나 조직의 경우에는 차원이 달라진다. 국가의 원수나 대표성이 있는 인사에게 한 모욕적 언동이나 푸대접은 해당 국가의 국민 전체에게 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사소한 사항이라도 그냥 넘길 수 없다. 그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의전이나 접대 또는 언어에서 상대를 향한 자신의 감정과 의향이나 메세지를 내비치는 효과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공조직이나 집단에게도 같이 적용된다.

제대로 된 국가이거나 자존감이 있는 정부라면 국가의 대표가 받은 비정상적인 대접이나 응대에 대해 반응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서글프지만 이런 경우에도 국력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모욕이나 푸대접에 대한 반응은 당사자가 직접 표시하는 경우도 있고 대리인이나 기관이 정면으로 항의하거나 또는 간접적으로 불쾌감이나 서운함 등을 표시하는 방법도 있다. 상대방의 사과표시는 물론 최소한 앞으로는 조심하거나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나라다운 나라가 된다. 외교적으로는 다른 방법으로 되갚아 주는 방법도 있고 무례하게 직접 보복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웃으면서 뺨을 때리는 경우도 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나 나라를 대표하는 인사가 국외에서 받은 푸대접을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만 가지고 보아도 분노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근래 중국이나 북한에서 국가원수나 대표가 받은 예우나 언동은 수모에 가까운 수준이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우리 대통령이나 대표가 외국에서 받는 모욕적 언동은 국민 전체에 대한 모욕임을 깨달아야 하고 당연히 분노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당한 분노이다.

과거 문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에서 받은 푸대접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몇 배나 높은 나라의 국가원수가 사적인 방문도 아닌 국빈 방문에서 시중의 일반 식당에서 홀로 아침 식사를 한 것은 어처구니 없이 모욕적인 일이었다. 만약 그 일정이 사전에 상대방과 조율되었다면 중국 측의 푸대접의 뜻을 읽고 사전에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마땅했다. 아니면 일정을 짠 외교나 의전담당자가 문책되었어야 하는 사안이었다. 우리 대통령의 공식 접견시 일개 외교부장(장관)이 친구에게 하듯 우리 국가원수의 팔을 툭 치는 행동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대통령 수행 공식기자단의 기자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마구 폭행당한 것은 한국 언론과 국민이 당한 폭행과 다름없는 모욕이었다.

대통령의 북한 공식 방문시 북한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인사가 우리 측 방문단으로 참가한 재벌 총수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고 한다. 우리가 재벌이나 해당 총수를 좋아하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이것은 우리 국민 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도발이다. 어떻게 이것이 의도적이 아니고 우발적이라고 변호해줄 수 있는가?

중국 국가주석이나 북한의 수반이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고 가정해서 우리 측에서 위와 비슷한 대접이나 사태가 있었다고 상상해 보자. 중국은 사드 보복보다 더 한 보복을 가하지 않겠는가? 북한은 아마도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다면 모든 관계까지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이를 빌미로 각가지 트집을 잡지 않겠는가? 또 상대방의 그런 반응이 과연 무리한 대응이라고만 할 수 있는 일일까?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한 한국 정부는 그 때도 지금도 반응이 없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일이거나 별것 아니라고 상대방을 옹호하거나 변호하려는 발언과 몸짓만을 보인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국가가 정당한 분노를 할 수 없거나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나라와 국민 전체가 모욕을 같이 뒤집어쓰는 꼴이 된다. 즉 우리는 힘도 자존심도 없음을 노출하는 결과이다. 상대방은 이런 사례에서 눈치를 채고 앞으로는 더 심한 짓을 해도 아무 말이나 반응을 못할 것으로 계산하고 행동할 것이다. 이미 약점을 보였기 때문에. 국가관계는 국력과 냉엄한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

집권 후 반대세력에게는 과도하고 집요하게 분노하고 온갖 보복을 서슴지 않으면서 자기들이 짝사랑하는 상대에게는 일방적으로 수모를 당하기만 하는 정부를 보는 국민은 당혹감과 모멸감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집권자가 좋아하지 않는 상대국과는 앞뒤 가리지 않고 국가 간에 맺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가 자녀들을 바르게 훈육하려고 할 때 확실한 원칙이 없으면 가정교육이 오히려 망가지는 것과 같이 국가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런 못난 정부에 대해 무관심하고 관대하기만 한 국민도 일말의 책임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뽑아 주기도 하고 그 뒤에도 무작정 지지를 보내면 그 집권세력은 착각할 수밖에 없다. 과민반응도 문제지만 무관심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가 못하면 할 수 없이 국민이라도 정당하게 분노해야 한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임정덕 ( jdlim@pusan.ac.kr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전) 부산발전연구원장
(전)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위원
(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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