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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라면 백성의 불행에 책임을 느껴야
지도자라면 백성의 불행에 책임을 느껴야
  • 박석무
  • 승인 2018.11.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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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문명이 발달하고 사회가 진화할수록 사람의 삶은 편하고 안전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요즘 일어나는 대형 사고를 지켜보면 오히려 더 불편해지고 더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대형 비행기가 하늘을 날며 많은 여객들을 운송하여 참으로 편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 사고를 당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는 불행에 빠지기도 합니다. 자동차의 현대화로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기야 쉽지만 잦은 교통사고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면서 인류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옛날 단칸집에서 오붓하게 살아가던 시절에야 불이 나는 경우도 한 집, 두 집의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대형 아파트나 고층 건물일 경우 화재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에야 한 두 명의 인명피해에도 나라가 깜짝 놀라면서 책임자는 책임을 통감했고, 구제책도 치밀하게 강구되었지만, 요즘엔 대형의 인명 피해가 나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때가 자주 있으니, 이럴 수가 있겠는가요. 책임을 져야할 지위에 있는 사람도 사고는 날 수밖에 없다고 여기며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고, 책임을 지려는 마음가짐도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고시원이라는 곳에서 그렇게 자주 화재가 발생하건만, 해마다 반복될 뿐, 아무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으니 어떻게 되어가는 세상일까요.

영조 계미년은 1763년이니 250년 전의 일입니다. 지금으로 보면 매우 미개한 시대였습니다. 『목민심서』에서 다산은 그때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해 3월에 전라감사가 ‘굶주리는 사람 48만3700여 명 중에 45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라고 아뢰자 이에 임금이 안타깝게 여겨 유시를 내리기를 ‘옛날 이윤(伊尹)은 한 사람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 것을 자기의 허물로 삼았다(昔之伊尹 以一夫不獲 爲己過). 하물며 임금으로서 한 도의 백성을 살리지 못하여 죽은 사람이 500에 가깝다니 이는 앞전 임금의 뜻을 저버린 것이다’라고 말하고 3일 동안 먹는 음식을 대폭 줄여서 조금만 먹었다”(竣事)라고 말하여 백성들이 굶어 죽는 일에 임금이 책임을 통감했음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렇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켜 줄 책임이 있습니다. 국사를 보는 공무원들, 불의의 사고가 전혀 나지 않을 수야 없지만, 사고가 날 경우 더구나 대형 사고가 난다면 그 사고를 예방하고 책임을 져야 할 공직자나 지도자는 책임의식을 느끼고 사죄하는 행동이라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생명과 재산을 지켜달라고 세금을 납부하고 또 국토방위에도 앞장서는 국민들의 생명을 그렇게 소홀하게 여겨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 일에 소홀하고 직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무리 큰 사고가 터져도 사표 하나 제출하는 관계 부처의 지도자가 없다면 염치와 체면이 없는 사회임에 분명합니다. 예방이 우선이지만, 그런 예방을 제대로 못했다면 반드시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만 합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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