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금고유치 갈수록 '혈투'…애꿎게 고객만 큰 피해 우려
대형은행 금고유치 갈수록 '혈투'…애꿎게 고객만 큰 피해 우려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11.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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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대형은행 4년반새 출연금 6000억 쏟아부어…공시안된 출연금 합치면 1조원 넘을듯
채용비리설, 불공정거래, 비방전 등 부작용 속출…금융당국은 방치 말고 대책 강구해야
▲시중은행 등 대형은행들의 지방금고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뉴시스)
▲시중은행 등 대형은행들의 지방금고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뉴시스)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시중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와 대형기관의 금고를 따내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6대 은행이 지자체 '금고지기'로 선정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출연금을 쏟아부어 제살깍아먹기식 ‘쩐의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날로 불꽃을 튀는 은행권의 금고유치 출혈경쟁은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부른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고를 차지하기위해 제시한 과다한 출연금은 은행들에게 재무적 손해를 입히고 나아가 고객에 대한 대출금리나 수수료인상 등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은행들은 지자체나 대형기관의 금고를 뺐고, 빼앗는 쟁탈전은 갈수록 불꽃을 튀면서 출연금도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나고 있다. 우선 최근 금고지기가 바뀐 몇몇 유치경쟁 사례를 보자.

우리은행이 1백 년 동안 지켜온 서울시 1금고 우선협상 대상 은행에 지난 5월 신한은행이 선정됐다. 당시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재선정될 것으로 보았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은행이 선정됐다.앞서 진행된 국민연금공단 금고지기 선정에서는 서울시1금고와는 정반대로 우리은행이 10년간 국민연금공단 주거래은행이 신한은행을 제치고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KB국민은행도 경찰공무원 대출(참수리대출) 사업권을 신한은행에게서 빼앗아왔고, 지난 2015년에는 신한은행이 10년간 독점해온 군인카드 사업권을 취득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2014년 용산구 구금고를 우리은행에게서 넘겨받았고, 최근에는 기존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던 홍익대학교 주거래은행 자리를 가져갔다. 

대형은행들이 엄청난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지자체나 대형기관 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금고로 선정되면 해당 지자체와 산하기관의 예산 관리 등을 맡으면서 임직원과 가족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을 벌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은행권의 ‘기관영업’이다.

지자체 '금고지기'의 메리트는?

금고지기가 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교 등의 주거래 은행이 된다는 예기다.  전통적인 기관영업 강자인 NH농협은행의 경우를 보면 대형은행들이 사생결단식 경쟁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은행은 은 청와대와 정부청사 주거래 은행을 맡아 청와대 직원이나 공무원들이 쓰는 법인·복지카드, 직원용 신용대출 등을 농협은행이 독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 청와대 내부에 농협은행 지점이 있다보니, 비교적 안정적 생활 기반을 가진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한 개인영업 기회도 많아지게 된다. 대형 기관 주거래 은행이나 지자체 금고 은행이 되면 이처럼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 기반을 확대할 수도 있는 메리트가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과열경쟁배경으로 은행장들의 ‘단기 실적주의’에 따른 폐해라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갈수록 대출규제가 심하다보니 은행경영진들은 틈새시장인 지자체와 대형기관 금고유치 공략으로 단기간 실적을 올리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당수 은행장들은 과도한 출연금 출혈에 따른 수익성 악화문제는 빨라도 1~2년 후 나타나는 만큼 실적향상을 위해 ‘일단 따고 보자’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형은행들은 그래서 지자체 금고를 유치전에 막대한 출연금을 쏟아붓는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6개 은행이 기관 고객에게 지급한 출연금은 6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 기간에 집행된 출연금만 따진 것이다. 여기에 지난 5월 초 서울시 1·2금고에 선정된 신한은행(3050억원)과 우리은행(1000억원), 8월 인천시 1·2금고에 선정된 신한은행(1206억원)과 농협은행(136억원) 등이 앞으로 4년간 내야 할 출연금을 포함시키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이를 전망이다.

대형은행들은 대형기관들에 대해서는 예금금리는 높이고 수수료율과 대출금리는 낮추기도 한다. 현재 은행들의 기관협약 임직원 대출금리(평균 2.57%)는 일반 소비자 대출금리(평균 3.71%)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속출하는 부작용…불공정거래 시비에 경쟁은행간 비방전도

유치경쟁이 과열을 빚다보니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입찰 과정에서 ‘특정 은행 내정설’이 불거지고, 지자체장의 청탁에 의한 채용비리설도 간단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단체장선정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지역은행이 영업 등에서 설 땅을 잃고 있는 것도 문제다.

몇몇 사례를 보자. 지난 29일 충북 청주시는 1금고로 농협은행을, 2금고로 국민은행을 선정했다. 국민은행은 당초 1금고를 목표로 파격적인 130억원을 출연금으로 써냈다. 국민은행은 1금고에서 탈락하자 청주시와 출연금 재조정에 나서 94억 원을 감액한 36억 원으로 다시 조정했다. 농협은행은 적어도 130억원을 웃도는 출연금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은 또 최근 광주 광산구에 총 64억4000만원의 출연금을 제안해 지난 30년간 1금고를 운영해온 농협은행을 제치고 금고지기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농협과 지역 농민들이 이에 반발하여 지난 29일 항의 집회를 연 데 이어 광주지방법원에 구금고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달 초 하나은행을 선정한 인천 서구의 경우, 금고 입찰 과정에서 서구 관계자들이 사석에서 “하나은행이 청라에 하나금융타운을 조성 중인 만큼 구금고를 맡아야 한다”고 말해 ‘사전 내정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막대한 출연금은 대출금리와 수수료 등의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비용 부담이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대형은행에 비해 자금력에서 열세인 지방은행들이 설 땅을 잃어 금융사업의 건전한 발전이 기대되지 않는데다  “과열 경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전가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기관유치를 위한 은행들의 경쟁은 자칫 자신들에게도 재무적인 손해를 입힐 수 있고, 기관에 제공되는 막대한 인센티브가 일반 고객에 대한 이자와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피해도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출연금 경쟁을 넘어 은행 간 비방전으로 은행풍토가 흐려지고 있다. 최근 한 서울시 구금고 입찰과정에서는 ‘특정 은행 낙점설’이 퍼지면서 경쟁사들이 입찰을 보이콧해 유효경쟁이 불발되기도 했다. 낙점 대상으로 지목된 은행은 “오랜기간 공들인 결과를 부적절한 유착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인 반면 경쟁은행들은 “구청 고위인사가 특정 은행을 드러내놓고 선호한다”며 불공정경쟁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대형은행들의 금고유치 과당경쟁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금융소비자보호, 은행의 건전경영을 유도하기위해 '혈투'를  막기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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