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의원, 은행권의 연금저축자산 관리방치 지적…"수수료만 빼먹었다”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은행권의 개인연금저축의 인기가 급속히 시들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연금저축가입자의 6만 4천여 명이 정부의 세금지원을 받아도 수익률이 저축은행 적금으로 맡기는 것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가입자가 가장 많은 은행권의 신탁형상품을 중심으로 연금저축은행 가입자들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가 성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아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이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는 신탁형 연금저축 상품은 모두 36개인데 셋 중 하나 꼴인 11개는 17년간 수익률은 정부가 지원한 세금효과를 반영하더라도 저축은행 적금 세후 수익률(3.66%)보다 낮은 것을 나타났다.
최근 금감원이 지난 2001년 1~2월에 나온 38개사 54개 상품(펀드·신탁·보험형 연금저축)이 17년간 달성한 평균 수익률을 추적한 결과 11개사 14개 상품수익률은 같은 기간 저축은행 적 금수익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에 판매가 시작된 은행권의 연금저축은 연말정산 때 연 400만원 납입 한도에서 최대 66만~53만원(연소득 따라 세액공제율 13.2~16.4%)의 세금지원혜택이 따른다. 문제가 된 연금저축은 은행권 신탁상품이 11개(가입자 5만8480명), 자산운용사 신탁상품이 3개(5694명)였다. 6만4174명의 가입자가 2001년~2017년 저축규모는 1조3353억 원에 이른다.
문제가 된 개인연금저축 14개 상품수익률은 세금지원분을 반영하면 평균 수익률은 3.17~3.6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지원이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1%포인트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권의 개인연금저축자산을 굴려 낸 평균 수익퓰은 17년간 2%안팎에 그쳤다는 계산이다.
이에 비해 저축은행 적금의 17년간 평균수익률은 세전 4.19%, 세후 3.66%로 은행권보다 높다. 은행권은 개인연금저축자산 운용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은행권은 매년 자산운용 대가로 신탁 수수료를 1% 안팎 챙긴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은 자산운용은 방치하고 수수료 챙기기에 안주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은행권 상품은 ‘채권형’이나 주식과 채권 투자를 혼합한 ‘안정형’이 주류로, 통상 원금보장 기능을 넣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려운 측면이 없지는 않다.
이학영 의원은 “금융사들이 신규 가입자 모집에는 열을 올리지만, 수익률과 무관하게 수수료를 챙기다 보니 장기상품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등한시한다”며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고 수익률 공시도 세금효과 반영 전후 등 투명하고 쉽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인연금저축가입자들은 이보다 수익률이 높은 제2금융권 등의 금융상품으로 갈아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요 근래 정기예금이나 적금 등의 이자율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개인연금저축수익률이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향인 것 같다”고 전했다.
더욱이 연금저축가입자들은 추후 상황변화로 중도해지를 하거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 연간 66만~53만원까지 받았던 세금 혜택을 토해내야 하는 부담도 있어 이런 조건이 따르지 않고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을 찾아 나서는 개인연금저축 가입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