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위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전창환
  • 승인 2018.10.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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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환 칼럼] 지난 8월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되는 공청회에서 재정계산 결과 뿐만 아니라, 제도개혁 나아가 기금운용 체계의 개편안 등 실로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진단들이 제시되었다. 이와 함께 필자가 특히 중요하게 주시하고 있는 대목은 올 10월 초 언론에 공개된 정부의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이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개혁방안이 담겨 있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개혁안을 제시할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기존 체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기금운용위원회의 개혁이 국민연금 개혁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해 온 이유가 무엇이며 과연 이번에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어떤 방식으로 개혁될 수 있을까?

위원은 전문성을 갖추고 제대로 구실을 하는가

원래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상은 약 640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적립금의 운용에서 전략적 자산 배분이라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기구로 설정되어 있었다. 기금운용위원회(20명 위원으로 구성)는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그리고 정부 대표 4인으로 구성되는 당연직 6명과 사용자 대표 3인, 근로자대표 3인, 지역가입자대표 6인, 전문가 2인 등 위촉직 14명으로 구성되어 왔다. 민주적 대표성이 비교적 잘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어 온 이 기금운용위원회가 불행하게도 국민연금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서는 늘 보건복지부의 ‘들러리’ 내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과 이유가 작용해 왔다.

우선 현재까지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위원회의 개별 위원이 안건을 상정·부의할 권한이 배제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주로 보건복지부(연금재정과)가 기금운용본부와 국민연금연구원의 이론적· 실무적 지원을 받아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왔다. 대체로 기금운용위원회의 공식회의가 1년에 6~7차례 비정기적으로 개최되고 회의 시간은 두 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 전원이 각각 5분만 발언해도 최대 100분이 소요되는데 두 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 내에 심도 있는 안건검토와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기금운용위원회의 공식 회의에서 주요 안건을 제대로 심의하여 신중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더 심각한 사정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중 위촉직 위원들의 자질 및 전문적인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기금운용위원회 내에는 회의출석률이 극도로 낮은 일부 정부 부처 위원들도 있지만, 안건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생산적인 의제를 제기하기에는 전문성이 현저히 부족한 직장 및 지역 가입자대표들이 적지 않다. 회의에 참석하긴 하지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발언도 하지 못한 채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다 나오는 위원들이 적지 않았다.

운영위를 상설기구로, 위원에겐 자격요건과 제안권을

이번 10월 초 언론에 공개된 정부의 기금운용위원회 개혁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사무국도 없는 비정기 회의체에서 사무국을 갖춘 공식 상설기구로 승격시키겠다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 자격요건을 신설함과 동시에 이 새로운 자격요건을 갖춘 위원에게 기존에는 부여되지 않았던 안건제안권을 새로 부여하기로 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대목이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 자격조건과 새로 부여된 책임과 권한이다. 지금까지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촉 민간 위원은 직장·지역 가입자 대표라면 충분했지만 새 개편안에서는 일정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에게만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번 정부의 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은 만시지탄의 느낌과 함께 여전히 불완전하고 미흡한 측면이 있지만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기금운용위원회의 본래 기능과 위상을 정상화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체계보다 진일보한 것처럼 보인다. 민주적 대표성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는 주요 직장 가입자대표와 지역가입자 대표들은 금융 참가(financial participation) 내지 민주적·참여적 가버넌스(participatory governance)가 명실상부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민주적 가버넌스는 필경 관료의 지배를 더 공고화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전창환
·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 금융경제연구소(사) 연구기획전문위원
· 보건복지부/국민연금기금/성과평가보상위원회 전문위원

· 공·편저
〈현대자본주의의 미래와 조절이론〉 (문원, 1999)
〈미국식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 (당대, 2004)
〈사회민주주의의 경제학〉 (돌베개, 2013)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돌베개, 2016)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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