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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죄수의 딜레마’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김상조의 ‘죄수의 딜레마’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정종석
  • 승인 2018.09.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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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놓고 시민사회 등 돌려...딜레마 휩싸인 것은 성장-분배 사이서 갈피 못잡는 현 정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한국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 왔지만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상당 기간 헤매고 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8일 '일자리 창출과 공정거래'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오히려 보상을 받는 유인구조 자체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취임한 김 위원장은 그동안 ‘재계 저승사자’롤 불리면서 재벌정책을 주도해 왔다. 그런 그는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설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인용하며 현재 한국의 유인구조가 기업활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다.

죄수의 딜레마란 별도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 두 명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둘 다 풀려나지만, '너만 자백하면 풀어줄게'라는 제안에 무너져 배신(자백)을 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둘 다 처벌받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진단이다.

소설 '난쏘공' 시대적 배경 1970년대...비약적 성장 이뤘으나 양극화-빈부격차 달라진 것 없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접하면서 불현 듯이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생각난다. 난쏘공은 1970년대 산업화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의 참상을 우화적으로 그린 조 작가의 연작소설이다. 당시 급격한 산업화 시기에 도시 개발로 인해 살 곳을 잃게 된 도시 빈민층의 아픔을 잘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도시화로 벼랑으로 몰리는 최하층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노동환경, 주거문제, 노동운동의 한 에피소드 등이 여러 가지 상징적인 언어로 담겨져 있다. 난장이로 표현된 아버지의 존재는 이 소설의 주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착한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면 달나라로 떠나야 한다는 아들 지섭의 말에 동조하는 아버지는 현실에서 달나라로 비상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갔다가 결국 죽고 만다.

이 소설이 1980년대에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텍스트로 이용되었다는 것은 난해한 문학적 장치에도 1970년대 사회 병리현상과 도시 빈민의 사회학적 기록으로서도 충분히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

난소공의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이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의 상황이 소설의 시대배경이다. 그동안 우리는 물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나 양극화와 빈부격차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그때보다 내려앉았으며, 자살률을 더욱 심화하고 말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한국 사회는 좌와 우, 여와 야, 영남과 호남, 어르신과 젊은이 등이 같은 한국말을 쓰고 있지만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보상을 받는 왜곡된 유인구조 탓에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가 갈지(之)자 걸음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진국 문턱에 왔지만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상당 기간 헤매고 있다"며 "진영 논리로 따지기보다는 나이스한(착한) 사람이 많아져 점점 성공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는 학자 아닌 공정위원장...뭉뚱그려 "한국경제가 딜레마 빠졌다"는 건 무리있는 주장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일리가 있다. 학자출신으로서 옳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한가한 학자나 교수가 아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공정위위원장이다.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가 어떻게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느냐에 따라서 웬만한 기업 하나 정도는 쉽게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사싱상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그의 말대로 한국경제가 갈지(之)자 행보를 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성장-분배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고용과 취업률이 바닥을 기는 것은 또 누구의 잘못인가. 그가 “한국 경제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선진국 문턱서 상당 기간 헤매고 있다”고 말한 것은 얼핏 일리 있는 지적인 듯 하지만 뭉뚱그려 한국경제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또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보상을 받는 왜곡된 유인구조 탓에 지난 20년 동안 갈지자 걸음을 걸었다는 지적은 뭔가. 지난 20년 동안 한국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체상태를 면하지 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정작 진짜 딜레마에 휩싸인 것은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 정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전도사인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재벌개혁을 놓고 시비가 이어지는 사이 시민사회는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의 셀프 개혁을 기다리는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할 재벌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촛불혁명' 현 정부 기대 건 시민들, ‘아직도 난장이는 공을 쏘아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슬픔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지나면 재벌들이 누굴 구워삶아야 할지 다 안다”며 “아주 집요하게 대통령 측근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대통령이 개혁 지시를 하면 측근들이 다 발목이 잡혀 있어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불황 속에서 자영업-소상공인들의 휴,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청년실업 대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요새 자영업자 인구가 688만, 그러니까 700만명 가깝다. 그리고 가난한 청년들은 옥탑방같은 열악한 시설 속에서 살면서 이른바 ‘지옥고’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반지하방 같은 열악한 곳에 살면서 하루하루 일자리를 찾아서 헤매고 있다.

국민들은 집값 걱정은 또 어떤가. 일부 위정자들의 부동산 개발정책 발언으로 촉발된 집값 폭등으로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현재 수입으로는 평생 동안 내집을 마련할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현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은 이제는 집값 걱정과 경제난으로 하루하루 허덕이면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40여년 전 발간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으면서 힘들게 살았던 세상과 지금이 과연 무엇이 다른 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시민 가운데 토박이가 그리 많지 않다. 시골출신들이 저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상격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면서 그들은 ‘아직도 난장이는 공을 쏘아올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슬픔을 지울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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