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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삼성생명과 징벌적 손해배상
BMW-삼성생명과 징벌적 손해배상
  • 조연행
  • 승인 2018.09.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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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금융사, 위험 감수-소비자 속이며, 위험한 상품 알면서도 판매

[조연행 칼럼] 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큰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독일 BMW사와 삼성생명이 주인공이다. 만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었어도 BMW와 삼성생명이 그랬을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차는 독일의 BMW이다. 이 BMW가 달리다 불이 났다. 그것도 한 두 대가 아닌 40대가 넘는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건수로, 실제 화재 사례는 훨씬 많다. 올 들어 화재 건수가 크게 늘자 BMW는 42개 차종, 10만대 이상을 리콜하기로 했다.

BMW는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밸브, 쿨러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도 계속 불이 났다. 더구나,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 10여대가 불이 나면서 BMW가 발표한 화재 원인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전문가들은 BMW나 국토부가 제대로 원인 파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보인다. BMW 측은 또 "EGR 부품은 전 세계 공통 적용됐다"며 "EGR 결함으로 인한 화재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같은 부품을 썼는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차량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운전습관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다고 황당한 발언도 했다. BMW가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생각해 시험용으로 시판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목돈을 맡기면 이자로 연금을 주고 만기 시에는 낸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즉시연금을 개발해 판매했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설명한 대로 “낸 돈에 시중이율”을 곱해도 매월 받는 연금월액이 턱없이 부족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시중금리가 떨어졌다 해도 보험사가 주는 연금월액을 아무리 계산해도 알아 낼 수가 없었다. 여러 곳에 알아보니 낸 돈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빼고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관에는 ‘연금적립액’이라고 표시되어 있어 이 금액은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금액이라는 것을 연금을 받으면서 알았다. 그래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하고 ‘공시이율’을 곱해 계산했다. 그래도 매월 받는 ‘연금월액’이 부족했다. 금감원에 민원을 내고 알아보았더니, 매월 받는 연금월액에서도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공제하고 있었다.

약관은 ‘연금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생보사들은 ‘연금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에서 10년 후 만기 시에 소비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되돌려 주기 위하여, 납입보험료에서 차감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충당하기 위하여 계산한 연금월액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상당액을 떼어내고 연금을 지급한 것이다.

보험사가 비밀문서로 취급하여 보여주지도 않는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는 그렇게 되어 있다. 하지만 약관은 누가 읽어 보아도 연금월액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한다는 표현은 없다. 그래서 금융감독원도 약관대로 공제없이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생명은 약관표현대로 연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이사회’가 법적 판단을 받아 보겠다고 결정했다며 이를 번복하여 오히려 소비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즉시연금 뿐만 아니라 재해사망특약 자살면책 조항도 약관을 잘 못 만들어 대법원까지 소송을 해서 전액 보상해 준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또 비난 받을 줄 알지만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이 요구하는 일괄보상보다는 개별보상으로 시효를 끌어 지급액을 줄여보겠다는 꼼수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 두 회사가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제도가 있었더라도, 소비자를 우습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공급자가 비난 받아 마땅한 무분별한 불법행위를 한 경우,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에게 징벌을 가할 목적으로 부과하는 손해배상으로, 비도덕적·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하여 일반적 손해배상을 넘어선 제재를 가함으로써 형벌적 성격을 띠고 있다.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것만으로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액의 배상을 치르게 함으로써 장래에 공급자가 똑같은 불법행위를 반복하지 못하도록 막는 동시에 다른 공급자가 유사한 부당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공급자의 반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아직까지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 만큼 사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혀도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만 대응하면 되고, 소송전을 펼치고 시간을 끌면 소멸시효가 다지나가 버려, 그동안 챙긴 이득은 고스란히 남게 된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혀서 얻는 이득이 나중에 소비자문제가 발생해 보상을 해준다 해도 훨씬 크게 남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소비자를 속이고, 위험한 상품을 알면서도 팔고, 과장되게 설명을 하는 것이다. 차후에 문제가 되면 그 때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만 ‘손해 본 만큼’만 보상하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17년간 소비자운동을 하면서, 백수보험확정배당금, 유배당계약자 상장차익배당, 근저당설정비반환, 카드사개인정보유출, CD금리담합, 자살보험금 등 전체 청구예상금액을 합치면 수십조 원이 넘는 공동소송을 수 없이 많이 지원 했지만, 자금력과 정보력에서 공급자를 당할 수가 없었다. 또한, 공급자가 공동소송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정보는 공급자가 손안에 쥐고 있고, 공동소송에 참여하는 피해소비자는 극히 일부일 뿐이어서 ‘승소’하기 어렵고, 설사 ‘패소’한다고 해도 보상은 ‘미미’해서 져도 그 뿐이라는 것이 공급자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BMW, 삼성생명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 소비자문제가 발생하면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소비자문제가 발생하면 공급자가 ‘망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퍼지면 절대로 BMW와 삼성생명 같이 소비자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울러 집단소송제도와 입증책임의 공급자 전환도 이루어 져야 한다. 하루 빨리 이 소비자권익3법이 제정되어야, 우리나라에서도 비로소 ‘소비자권익’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약력>

조 연 행 / 이메일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회장(현재)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한국소비자중앙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부이사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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