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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황창규 KT회장 ‘봐주기’?…이러고도 ‘수사권 독립’ 가능할까
경찰의 황창규 KT회장 ‘봐주기’?…이러고도 ‘수사권 독립’ 가능할까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9.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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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6월 구속영창 청구 기각 후 석달 다 돼...KT새노조 "경찰, 처음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사 의지 없어" 비난
                                        평소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 온 민갑룡 경찰청장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이동준 기자] 정부와 검찰, 경찰이 지난 6월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으나 최근 황창규 KT회장을 비롯한 몇몇 주요 수사에서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의지가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평가가 나온다.

경찰이 같은 달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황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에 의해 기각당한 이래 석달이 다 되어가도록 황 회장 수사에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한 채 구체적인 처리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탓이다. 

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KT 황창규 회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 보강수사와 관련, “관련자가 많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며 “후원금이 입금된 국회의원실 쪽 관계자들은 대체로 ‘일반적 후원금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KT 황창규 회장 보강 수사에 “관련자 많아 시간 좀 더 걸릴 듯” 어정쩡하게 해명

경찰 등 수사기관에 따르면 황창규 KT 회장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반려된 이후 불구속 상태로 보강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황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측을 조사하라고 요청받은 만큼 이와 관련해 집중해서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지적한 부분을 보강해서 수사하는 단계"라며 "보강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경찰이 구속영장 기각 이후 이 사안을 불구속 기소로 검찰에 넘기지 않고 보강수사를 하는 만큼 향후 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언젠가 재신청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다수의 국회의원에게 불법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탓이다.

반면 경찰이 보강수사를 이유로 황 회장을 사실상 '봐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구속영장 신청이 반려된 이후 경찰이 보강수사로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시간이 석달 가까이 흐르면서 이 사건의 처리가 ‘늑장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다.

이에 KT 새노조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이 다수의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건넨 것은 규모로 봤을 때 처음 있는 일로 보인다”면서 “수사를 더 이상 경찰에 맡기지 말고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서 황창규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되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

경찰, 영장 기각후 이전보다 한층 강도 높은 현직 실세 정치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 있는 듯

앞서 지난 6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혐의로 황창규 회장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황 회장 등 KT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 회장과 KT 임원 등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비자금 11억5천여만원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억4천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쓴 혐의다. 더욱이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도 총 99명에 달한다.

경찰은 현재 이전보다 한층 강도 높은 현직 정치인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금품을 수수한 측의 상세한 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이 얼핏 봐서 이해가 간다는 해석도 있다. KT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에 대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일반인들보다 어려운 탓이다. 그것도 1~2명이 아니라 100명 가까이 된다.

더구나 우원식 의원은 전 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했을 정도로 여권내 입지가 강하다. 특히 우상호(1,300만원) 의원은 1000만원 이상을 받은 8명 중 1명이다. 우상호 의원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고교 동문이기도 하다. 김영주 노동부장관, 박지원 의원의 이름도 보인다.

"황창규 KT 회장 사건 처리 놓고 '우물쭈물'하는 건 수사권 독립 주장하는 경찰답지 못하다" 관측도

그러나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등 경찰 수사권 독립을 거듭 강조해온 경찰이 이번 황 회장 사건 처리를 놓고 '우물쭈물'하는 것은 새롭게 태어나려는 경찰답지 못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검사의 사법경찰관 징계요구권 불필요△ 검사의 영장독청구권이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경찰 독립을 강조했다.

민 청장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에도 검찰의 특수사건 직접수사가 인정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경찰이 역할을 다하는 것과 궤를 같이해서 검찰의 직접수사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국민들이 경찰 역량에 대해 의심을 갖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최소한으로만 직접수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권과 관련해선 "수사에서 처음부터 신속하게 중립적 법관이 (영장을 심사해 발부)하는 것이 인권보호에 맞다는 의견이 있고 다양한 형태의 제도 설계가 가능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기각당한 경우 내부적으로 영장재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재청구 하기를 결정하면 보강수사 등을 통해 보완 후 영장을 재청구하게 된다. 과거 정유라·우병우 건에 대해서도 이런 절차에 따라 영장이 재청구됐다.

그러나 현재 경찰이 황창규 KT 회장 건 처리에 대해서 '우물쭈물'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통상적인 관례대로라면 조속히 후속수사를 마무리 짓고 검찰을 통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관련자가 많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며 향후 처리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KT 황창규 회장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KT 새노조와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 등의 대규모 시위 모습

경찰, "‘꿀먹은 벙어리’ 태도 버리고, 5G 투자 등 현안 산적한 KT 위해서도 조속히 수사 마무리해야”

KT 새노조와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황창규 회장을 즉각 구속하고, 불법 자금을 수수한 국회의원 전원을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불법자금을 제공받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수사 과정에 국회의원 소환조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대한 의지가 없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전형적인 '축소수사'이기에 재수사와 조속한 사건처리 종결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은 "상품권을 현금화 해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황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선례를 만들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며 "황 회장은 언제까지 로비로 기업을 운영할 건지 답답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건 명백한 뇌물"이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고비를 넘겼음에도 경찰이 조속한 수사마무리를 하지 않고 ‘꿀먹은 벙어리’같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5G 투자 등 KT의 당면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경찰이 하루 속히 이번 사건을 조속히 당당하게 처리하는 것 만이 그들이 원하는 수사권 독립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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