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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즉시 폐기가 답이다
소득주도성장 즉시 폐기가 답이다
  • 이도선
  • 승인 2018.09.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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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 칼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는 당대표 경선 도중 ‘고용 참사’가 경제 현안으로 부각되자 느닷없이 4대강 탓을 했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에 26조~27조 원(실제는 22조 원)을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재정을 투입하지 못한 게 고용 참사의 원인이란 주장이다. 추미애 당시 당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도 전 정부 때 경제 체질이 허약해졌기 때문이라며 거들었다.

도대체 집권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남 탓 타령인가. 그것도 전전 정권 일까지 들먹이며. ‘어이없다’는 느낌과 함께 ‘어디서 본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기시감이라고 할까? 출범하자마자 ‘카드 대란’에 휩싸인 노무현 정권이 그랬다. 김대중 정권 말기에 신용이 생명인 신용카드를 거리에서 뿌리다시피 했으니 뒤탈이 안 나는 게 외려 이상했다. 카드 대란이 미처 수습되기도 전에 휘몰아친 ‘투기 광풍’ 역시 어떻게든 경기를 띄우려고 부동산 규제를 왕창 푼 김대중 정권의 무리수가 화근이었다.

노무현 정권으로선 카드 대란과 투기 광풍이 억울할 만했다. 온갖 비난을 무릅쓴 경기부양책이 정권 재창출을 겨냥한 것이고, 그 덕분에 집권했는지는 논외다. 다만 전 정권 탓이 집권 초기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내 이어진 게 문제다. 설령 전 정권에서 나쁜 상황을 물려받더라도 최대한 빨리 극복하는 게 새 정권의 과제다. 허구한 날 전 정권 탓만 한대서야 국정 운영 능력 부재를 스스로 시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전 세계가 유사 이래 최대 호황을 구가하는데도 유독 우리만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인 이유가 자명해지는 대목이다.

통상 30만~40만 명을 헤아리던 취업자 증가가 올 들어 10만 명 언저리로 뚝 떨어지자 정부는 인구 감소와 폭염을 탓했다. 인구와 날씨 변수가 갑자기 악화한 것도 아니거늘 군색하기 그지없는 변명이다. 급기야 7월 취업자 증가가 5000명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그렇게 못났다는 전 정권의 2년차 7월(50만5000명)에 비해 100분의 1에도 못 미치자 화들짝 놀라 일요일인데도 긴급 당·정·청회의를 소집하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 뾰족한 수는 없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54조 원이나 퍼부은 결과 치곤 너무 초라하나 그나마 20만 명과 6만 명이 각각 늘어난 공공 부문과 농림어업이 험악한 꼴을 많이 가려준 것이다. 공공 부분의 폭증은 순전히 세금의 힘이지만 계속 감소하던 농림어업의 대폭 증가세 반전은 희귀한 현상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을 빼면 작년과 올해가 유일하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못 찾은 귀촌 행렬 때문인 것은 그제나 이제나 매한가지일 테다.

정책기조를 둘러싼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알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이 일자리 창출은커녕 있는 일자리도 없앤 주범은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이 늘어나 경제가 발전하고 다시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라면 누가 시비하겠는가. 하지만 일자리나 가계소득 통계를 보면 말만 소득주도성장이지 실제는 세금 주도 성장임이 단박에 드러난다. 민간은 옥죄고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간단한 진리를 외면하면 나라가 결딴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애먼 4대강을 걸고넘어지는 황당한 정신세계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4대강도 그렇다. 4대강 사업은 원래 추진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4대강과 지수·지천 중 어느 것부터 손대느냐가 쟁점이었다. 매년 4조~5조 원에 이르는 홍수와 가뭄 피해를 항구적으로 막을 치수(治水)의 필요성에는 이론이 없었고 단지 순서가 문제였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부터 마무리했으니 차기 정권은 지수·지천 정비를 서둘러야 마땅했다. 관련 예산까지 배정돼 있었지만 박근혜 정권은 현재 여당인 당시 야당과의 짬짜미로 예산 집행을 ‘나 몰라라’ 했다. 4대강 사업이 성공할까 봐 지금도 전전긍긍하는 민주당의 억지에 박근혜 정권이 동조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이 잘못되면 남 탓이나 할 바에야 정권은 뭐 하러 잡나. 내 탓을 인정하고 얼른 시정하는 게 집권자의 참된 도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주말 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며 딴소리만 했다.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10%나 늘린 것도 그렇지만 마음에 안 드는 통계는 조작이라도 할 요량인지 임기가 한참 남은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한 배경에는 그의 외골수 기질이 잔뜩 배어난다.

세계적 호황 속에서 우리만 뒤처지는 국면이 또 전개되는데도 딴청만 부리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재연할까 심히 걱정된다. 역대 정권에서 익히 목도했지만 5년 임기는 후딱 지나간다. 집권 16개월이 되도록 전 정권 들쑤시느라 헛심 쓰기보다는 무엇이 나라를 발전시키고 어떻게 해야 국민이 잘살게 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 사태를 더 이상 그르치기 전에 소득주도성장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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