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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국회의원, 겁 없는 해외출장... 어찌할꼬!
힘 있는 국회의원, 겁 없는 해외출장... 어찌할꼬!
  • 권의종
  • 승인 2018.09.0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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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감기관 지원 금지·문책 보다 ‘공공기관 해외출장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이 선결 과제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국회의원들은 간도 크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남의 돈으로 해외출장인가. 국가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의 국회의원 해외출장 지원에 대한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의원 38명과 보좌진ㆍ입법조사관 16명이 적발되었다.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혜택인지라 김영란법 위반의 소지가 크다. 관련 국민청원에도 26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여론의 불신과 비판이 하늘을 찌른다.

청와대가 화들짝 놀랐다. 앞으로 선출직 공무원의 인사검증 때 해외출장 관련 문항을 사전질문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발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을 지원한 피감기관에도 잘못이 없지 않다는 질책이다. 출장 지원, 과도한 의전 제공 등은 피감기관 차원에서도 금지되고 문책되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다.

국제교류나 의회외교, 현지시찰의 명목으로 지원되는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성과는 별로라는 얘기다. 외유의 기회로 악용되어온 지 오래다. 말이 좋아 출장이니 사실상 해외 나들이다. 예를 들기 조차 민망할 정도다. 공기업의 현지사업을 살피는 출장에서 업무보고를 호텔 조찬으로 때우거나, 한두 시간 사무실 방문이 고작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고 나서 서둘러 떠나는 게 관광이다. 그것도 현지 기관의 안내까지 받으면서.

출장 계획과 실제 일정은 별개다. 국민대표로서의 의연한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초청도 없는 부인까지 대동하는 외유성 시찰도 잦다.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할 공적인 지위와 권한이 사적 이익을 위해 동원되는 순간이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뿌리 깊은 관행에 기대서인지 하는 행동들이 겁도 없다. 정도 이탈쯤은 특권으로 여기나 보다.

남의 돈 해외출장 ‘흥청망청’ 입법부... 사후 약방문 만드느라 부산 떠는 행정부

출장지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가는 곳만 가려 든다.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탄자니아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페루의 마추픽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에콰도르령 갈라파고스 등도 인기 지역이다. 내 돈 내고도 쉽게 가기 힘든 유명 관광지가 있는 곳은 어김없이 지원이 몰린다. 반면 안가는 곳은 누구도 가려들지 않는다. 가나,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동티모르 등은 대표적인 비 인기지역이다.

갔다 와서 작성하는 출장보고서도 허접하기 짝이 없다. 돈 댄 공기업의 홈페이지 공시자료를  옮겨 적거나, 관련 보고서 등을 짜깁기하는 수준이 태반이다. 심지어 여행안내서 내용을 베끼는 보고서까지 등장한다. 그러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피감기관이 지원하는 국회의원 해외출장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해석이 가관이다. 적법 절차에 따라 편성된 예산으로 수행기관의 지급 기준에 맞춰 집행하는 만큼 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입장 표명이다. 후안무취도 유분수지 뻔뻔함의 극치다. 정부가 밝힌 대책 정도로는 근절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실무자급 해외출장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의원들처럼 ‘흥청망청’ 수준은 아니라도 다분히 외유성이고 성과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계획이 촘촘하지 못하고 준비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인원 선발부터 문제다. 가야할 적임자가 가기 어렵다. 고생한 사람에 대한 보은 차원의 인원 차출 탓이다. 출장자로서도 남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티를 내며 준비하기도 어렵다. 눈치 보아가며 전날까지 맡은 일 다 하고 다음날 서둘러 비행기에 오른다. 기내에서 대충 자료를 훑어보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상대 기관과의 교류는 의례적인 수준에 그치기 쉽다. 이미 다녀간 출장자들이 했던 유사한 질문을 반복하거나 비슷한 자료를 요구하기 일쑤다. “과거에도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자료를 준 적이 있다”는 기록을 내보이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따끔한 조언과 함께 자료를 건네는 웃지 못 할 일화도 있다. 출장 후 내용 정리나 자료 공유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출장에서 돌아와 달랑 보고서하나 만들면 끝인 사후관리 부재의 귀결이다.

문제 있다고 해외출장 백안시 안 돼... 필요한 출장은 장려하는 게 국익에 도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없다. 문제가 있다 해서 해외출장 자체를 백안시해선 안 된다. 청와대 인사검증이나 대통령의 질책이 해외출장에 대한 규제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필요한 출장은 장려하는 게 나라와 국민에게 유익하다. 공공기관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적극 후원할 필요가 있다. 국회 심의위 활동 등에 필요한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은 피감기관 돈이 아닌 국회 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하면 된다.

자원빈국 대한민국은 사람이 자산이고 해외가 시장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문물을 익히고 무역과 투자 등으로 먹거리를 찾아야하는 나라다.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가 수단이나 정도가 지나쳐 일을 그르친다면 그거야 말로 최악의 선택이다. 기업들이 어렵게 번 외화를 쓸 수밖에 없는 해외출장이라면 성과를 극대화시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현명한 해법이다.

출장 보고는 상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수집된 자료도 잘 분류해 다수가 공유토록 하는 게 맞다. 그래야 업무에 도움이 될뿐더러 차기 출장자들이 한층 수준 높고 폭넓은 교류를 할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을 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비효율이 그동안 너무 컸다. 예산 낭비를 막고 효과와 효율은 높일 수 있는 방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차제에 정부나 공공기관의 ‘해외출장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출장 계획과 준비, 실행 내용, 자료 정리, 피드백 결과 등을 공시·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하면 된다. 전화위복의 단초를 제공해준 국회의원들에게 감사부터 하는 게 순서일지 모른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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