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책임의 인식이 미래를 연다
자기책임의 인식이 미래를 연다
  • 장태평
  • 승인 2018.08.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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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차량이 밀리는 네거리에서 꼬리물기는 불법이다. 한 쪽의 불편을 전체의 불편으로 확대하는 죄악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거의 일상사가 되고 있다. 신호가 바뀔 때까지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 따라 들어간다. 심리를 분석해 보면, 나는 앞 차를 따라 갈 뿐이고, 그 사이에 신호가 바뀌면 그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라는 핑계가 자리 잡고 있다. 남의 탓, 책임 전가이고, 상황논리이다. 그러나 차량정지 금지구역에 정차하는 것은 분명 자기 책임이다. 사전에 그런 사태를 스스로 예상해야 하고, 위반하면 자기 잘못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잠시 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현실에만 집착하여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거나 과실을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중교통 이용시 이제는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은 거의 사라진 듯하다. 노약자석이 따로 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심지어 젊은이들이 노약자석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사회심리가 급격히 변화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아마도 미안한 순간을 조금 피하면 내가 편하다는 생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리라. 지금 내가 편한 것이 중요하고, 지금 내가 이익을 취하는 것이 먼저다. 잠시의 배려로 내가 손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예전과 달리 이제는 사회가 용납을 한다. 그렇게 세상이 변했다. 내 이익을 조금 양보해서 더 높은 가치와 사회적 윤리에 만족하는 공동체적 기쁨은 약해졌다.

남의 탓을 하고 현실 이익에 안주하는 현상은 정부정책에서도 다르지 않다. 요즈음 심각한 청년실업의 원인은 많다. 최근에 이런 사태가 가중된 주요 원인은 정부가 취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의 저성장 저고용 기조의 지속,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거론하며 사회구조의 변화에 이유를 두는 듯하다. 즉, 실업의 주요 원인이 정부정책 이외의 외부환경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는 것이 어렵고, 외국인 근로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실업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청년들은 대기업을 원하고, 수도권에 머무르고 싶고, 더 좋고 편한 직장을 원한다.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도 외부환경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청년들의 심정을 위로하기 바쁘다. “너희들의 불행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 각박한 세상 탓이야. 너희들의 아픔을 안아줄게.”하는 책들이 넘쳐난다. 그런 말을 하는 강사들이 인기를 끈다. 그러나 청년들이 자기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게 되고, 외부 환경을 원망하는 분노가 커진다면, 그것은 더 큰 불행이다. 청년들에게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패기가 있어야 하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미래의 눈이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들과 정책당국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도 실망스럽다.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률이 낮아지고, 선진국들도 그런 추세였고, 경제활동 인구가 줄고 있어서 당연하다는 논리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더 선진국이면서도 성장률이 더 높은 나라들이 많다. 상황논리에 빠질 일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청산도 남의 탓, 상황논리에 빠지면 안 된다. 내 탓, 자기책임이 일정 부분 분명히 있다. 오히려 만델라의 방식처럼 내 탓을 인식하는 회개와 화해의 과정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얼마 전 한 병사가 군 사격장에서 유탄에 맞아 숨졌다. 사건을 수사해서 원인을 밝히려는 군 당국에 숨진 병사의 아버지가 수사를 하지 말라고 건의했다. 수사결과 가해 병사가 밝혀지면, 그 병사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또 그 병사의 부모도 한이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존경스럽다. 현실만을 생각하는 것은 현실에 지는 것이다. 현실 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미래로 간다. 사회에 대한 자기책임의 인식이 현실에서 배려와 양보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풍족한 미래를 열고, 사회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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