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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킹’ 정태영 부회장의 ‘혹’-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의 '절규'
‘연봉킹’ 정태영 부회장의 ‘혹’-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의 '절규'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08.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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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23억 챙겼지만 '딜레머' 불거져..."점포 통폐합·희망퇴직으로 직원들에 책임 전가" 비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이동준 기자] 금융권 현직 최고경영자(CEO) 중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연봉 킹’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연봉킹'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딜레마'가 있다. 바로 그가 경영을 이끄는 현대라이프의 경영악화에 따른 책임론이 여전히 따라다니는 탓이다. 여기에 대규모 점포 통폐합·희망퇴직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 등 극심한 후유증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캐피탈에서 급여 8억4400만원, 상여금 6억3800만원 등 총 14억8200만원을 수령했다. 현대커머셜에서 받은 7억6900만원까지 더하면 상반기 총 22억5100만원의 보수를 챙긴 셈이다.

정 부회장의 상반기 총 보수액은 카드사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 중 가장 많다. 현대카드 측은 "업계 경쟁심화 및 수수료 인하 등에도 지난해 영업수익 3조원 등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공간·문화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강화된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부회장이 지난해 연봉은 총 27억2100만원. 금융권에서 단연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연봉킹'에 올랐다. 이로써 그는 올 상반기 은행,보험,카드업계를 포함해 금융권 전 업권에서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연봉킹이 된 것은 지난 2016년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둘째 사위...화려한 '빛'에 가려진 '그림자'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다.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으로 1980년대 후반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이사로 경영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후 2003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2007년부터는 현대커머셜을 맡아 왔다.

현대가의 재벌 ‘부마(駙馬)’로서 정 부회장이 올 상반기 연봉킹에 오른 것은 축하할 일이다. 사위를 직계로 보지 않은 우리나라 재벌 오너일가들의 현실에서 나름대로 영업실적을 올리고 위상을 확보하려고 그만큼 고군분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화려한 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있다. 바로 그가 사실상 경영을 책임진 현대라이프생명(이하 현대라이프)의 영업실적 악화와 가혹한 구조조정에 따른 근로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현대라이프 영업이익은 지난해 마이너스(-) 220억원이였다. 당기순이익도 마이너스(-) 19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167.12%였다. 삼성생명(834.89%), 한화생명(1203.41%)과 비교해 3배 가량 더 높다. 지난해 실적악화와 구조조정으로 험난한 한해를 보냈던 현대라이프가 올들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고생 끝에 ‘반짝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텔레마케팅(TM) 중심으로 채널 전략을 개편하고 보장성보험과 퇴직연금 상품 판매에 집중하며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금독원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지난 1분기 149억96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1분기를 시작으로 올해를 흑자시현의 원년으로 확고히 할 계획"이라며 "자산운용 및 리스크관리 차별화, 데이터 사이언스 바탕의 TM 강화, 퇴직연금 시장 중점 공략을 위해 마케팅 역량을 갖춰나가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이 작년 11월 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현대라이프생명의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 갑질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라이프, 2012년 현대차그룹 편입 후 5년 연속 적자...올 1분기 '반짝' 흑자 전환

현대라이프는 지난 2012년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특히 2014년 한때는 연간 적자규모가 871억원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후 2015년 485억원, 2016년 198억원, 지난해 612억원의 연간적자를 각각 기록해 온 상황이다. 특히 이번 분기 흑자는 지난 2016년 1분기 이후 8분기만의 성과다. 현대라이프는 2016년 2분기부터 줄곧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 한 때는 분기 적자 규모가 443억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 1분기 극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게 되자 경영책임자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회장은 1분기 흑자 전환 소식에 대해 SNS에 이렇게 남겼다.

“현대라이프 18년 1분기에 드디어 흑자전환. 2분기 전망은 더욱 좋다.예상보다는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턴어라운드. 기존 금융사업보다 복잡한 계기판이 많고 개혁적 접근보다는 둔보의 접근이 적절한 보험업이어서 힘들었지만 드디어 이륙의 시작이 보인다. 현대의 특징은 세계 유수의 금융 파트너들과 친밀한 합작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생각과 지식을 흡수한다는 점. 지난 15년간의 장점이었다.”(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 2018.5.31./뉴스타파 최근 보도내용 참고)

그러나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그동안 원천적으로 현대라이프 실적을 개선시키는데 는 결국 실패한 것"이라며 "현대라이프 경영 악화에 임원들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경영악화에 따른 조직 축소에 돌입했다. 전체 75개 점포를 30개 정도로 통폐합하고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다. 450여명 임직원을 대폭 감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의 경영을 맡고 있다. 아울러 현대라이프의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며, 현대라이프와 HMC투자증권 등을 인수할 때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올들어 현대라이프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대주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으나 영업점 폐지로 해촉된 자사 보험설계사에 대한 자구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어 비판이 일어 왔다.

"설계사들 다 죽이며 회사만 살겠다는 현대라이프, 정상적 회사인지 의심” 비판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현대라이프생명지부는 “그동안 증자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한다는 중에도 설계사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없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증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설계사들은 다 죽이면서 회사만 살겠다는 현대라이프생명이 정상적인 회사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현대라이프생명 노사 문제 및 해결의 책임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이들은 “경영부실의 책임을 설계사들에게 돌려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모든 사태의 실질적 책임자인 정태영 이사회 의장이 직접 나서서 일방적인 점포폐쇄와 수당삭감을 철회하고 해촉 설계사의 미지급 잔여수당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 의장은 출범 당시 성공신화를 이어가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적자경영에 허덕이자 본인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의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면서 “현대라이프 생명 경영에 실질적 책임자이자 결정권자가 정태영 의장이라는 것은 대내외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우리는 회사와 설계사 모두가 상생할 방법을 찾고자 했으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식적인 교섭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혹한에서 천막농성 중인 곳의 전기공급을 방해하는 등 비인도적인 처사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현대라이프는 자금수혈을 위해 대주주인 현대차그룹과 푸본그룹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에 현대라이프는 실적부진의 돌파구로 구조조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라이프는 보험설계사들의 영업창구를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자택근무를 강요했다. 수수료도 기존의 절반만 제공했다. 이를 만약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설계사들을 계약기간 만료 후 해촉했다.

현대라이프생명에서 ‘에이스’로 꼽히는 김진아 설계사는 1년 째 서울 여의도 농성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뉴스타파 보도 사진 갈무리>

"올 1.4분기 현대라이프 ‘반짝 흑자’는 설계사 대폭 줄이며 생긴 잔여 수수료 덕"  

이동근 전국보험설계사노조 현대라이프생명지부 지부장은 “회사가 지점 없애버리고 설계사 한 명 쫓아내서 돈을 벌고 있다”면서 “설계사가 그만둬서 발생하는 영업 잔여수당은 모두 회사 이익으로 집계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회사는 입사 당시 작성했던 위촉계약서를 근거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보험설계사는 미지급 잔여수당을 못 받는다는 위촉계약서 내용 자체도 부당한데 회사가 점포를 없애고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여서 스스로 나갈 수 밖에 없게 하는 이런 상황은 매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올들어 1.4분기 현대라이프의 ‘반짝흑자’는 보험설계사를 대폭 줄이면서 생긴 잔여 수수료가 이익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보험연구원 '보험회사 수익구조 진단 및 개선방안'(2014.11) 연구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사업비 차익은 전체 수익구조의 절반이 넘는다. (회계년도 2011, 54.5%) 사업비 차익은 예정된 사업비 가운데 실제 지출된 사업비를 제하고 남은 수익으로 위험률 차익, 이자율 차익과 더불어 보험업의 주요 수입원이다. 주로 보험설계사 수수료를 비롯해 인건비와 각종 경비을 절감하면서 나오는 수익을 뜻한다.

주요선진국이 위험률 차익과 이자율 차익을 통해 주로 수익을 창출한다. 반면 국내 보험업계의 사업비 차익 의존도가 높은 것은 '많이 뽑고, 많이 내보내는' 특유의 리쿠르팅(recruiting, 설계사 채용) 문화와 닿아 있다고 한다. 많은 설계사가 들어와 단기에 퇴사하게 되면 많은 잔여 수수료가 발생하고, 이는 곧 사업비차익에 반영되는 구조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13개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38.6%에 그쳤다. 손해보험사는 50.3%이다. 절반 이상이 1년을 채우지 못한다는 말이다.

현대라이프, 작년 7월 78개 전 지점 폐쇄...설계사에 주던 모집 수수료 절반 삭감

보험업계에서는 보험회사가 설계사를 다루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한다. 보험회사는 설계사를 최대한 많이 뽑는다. 그리고 설계사는 친인척과 지인 등을 활용해 보험 영업을 한다. 어차피 포화 상태인 보험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모집할 방법은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설계사 중 대체로 절반 이상은 1년 안에 그만 둔다. 그리고 그만 둔 설계사가 받아야 할 (잔여)수수료는 보험사의 몫이 된다. 보험사는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이같은 사업비 차익은 보험사 수익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보험사는 설계사를 많이 모집하고 많이 내보내는 게 수익의 원천이라는 결코 웃지못할 아이러니한 설명이다.

현대라이프가 지난해 7월 말 전국 지점을 축소하고 보험설계사에 지급하던 모집 수수료를 절반으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새로운 보험 상품이 출시됐다며 '돈 많이 벌어가시라' 외쳤던 회사였다. 굴지의 재벌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가 그럴리 없다고 믿었지만 회사는 거침이 없었다.

한 보험전문가는 “결국 올 1.4분기 현대라이프의 흑자는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의 노동 뿐만 아니라 수수료까지 부당하게 가져감으로써 이룩한 실적이 태반“이라며 ”특히 고용보험 적용을 앞두고 업계가 보험설계사의 고용 안정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본지는 이에 관한 현대라이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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