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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생보사의 즉시연금 갈등 진원지는 '모호한 약관'
금감원-생보사의 즉시연금 갈등 진원지는 '모호한 약관'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8.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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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환급금 마련위한 공제를 제대로 약관에 규정한 생보사는 농협생명이 유일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은 공제문제 명시하지 않아 지급여부를 법원소송에 맡겨
▲삼성생명 서초사옥
▲삼성생명 서초사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를 둘러싼 금감원과 생보사들의 갈등이 마침내 법정소송으로 비화했다.

도대체 금감원은 어떤 근거로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들에 즉시연금을 지급할 것을 주문하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감독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일까. 생보사들의 즉시연금 약관이 애매모호한데서 양측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금감원이 문제삼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소비자가 보험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일시 납부한 뒤,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만기일에는 원금 또한 함께 돌려 받게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만기일에 환급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월 연금 지급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한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측면에서 생보사들에 대해 바로 이 미지급 공제금액을 지급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추진할 뿐”이라며 기존 일괄구제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윤 원장은 오는 16일 열릴 기자간담회에서 즉시연금미지급금을 왜 지급해야 하는 지를 밝히고 이를 압박하는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있어 생보사들이 촉각을 곤두서고 있다.

생보사들이 공제 문제를 약관에 분명하게 명시했으면 논란의 소지가 없다. 문제는 보험사별로 즉시연금 약관이 다른데 있다.  '연금 지급 시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보험사의 경우 금감원과 지급문제로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으나 이 내용을 약관에서 아예  빠뜨리거나 모호하게 적어 분쟁의 소지를 남겼다.

지난 7월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를 거부한 삼성생명의 약관에는 이 내용이 아예 빠져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상품인 ‘파워연금’ 약관에는 “연금계약의 연금재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이라는 표현만이 적혀 있어, 가입자들이 연금 일부가 공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삼성생명은 약관의 애매모호한 내용으로 논란을 빚자 지난 4월 해당 부분을 “연금계약 재원을 기준으로 공시 이율을 적용하여 산출방법서에 따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제외하고 계산한 연금월액”이라고 수정했다.

금감원은 약관이 분명치 않다면서 금융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삼성생명에 미지급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생명을 이를 거부하고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즉시연금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의 지급권고가 부당하다며 법원판단 묻겠다는 것으로 그 결과에 따라 지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미지급금 4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4300억원으로 추산되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중 370억원만 일부 가입자들에게 지급하고 금감원이 권고한 일괄 지급에 대해선 지급을 거부한 상태다. 삼성생명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생명은 만기환금급 관련 공제에 관한 내용을 빠뜨린 것은 아니지만 표현이 모호한 케이스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일단은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며 지급을 거부한 상태다.

한화생명의 ‘바로연금’ 약관에는 “연금개시 시의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이 상품의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하여 계약자가 선택한 기간 동안 지급”이라고 적혀 있다. 문제는 만기환급금을 ‘고려’한다는 표현이다. 한화생명은 약관의 다른 항목에서는 ‘고려’ 대신 ‘차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금감원은 이 때문에 ‘고려’가 만기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연금월액을 차감한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의 즉시연금 상품인 ‘웰스연금’ 약관에도 만기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연금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4월에는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 등을 제외하고 계산한 금액”이라는 내용을 다시 추가했다.

교보생명은 약관을 변경하기 이전에 가입한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공제한다는 내용을 알렸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금감원의 지급권고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삼성생명이 이미 “일괄 구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일단은 금감원의 권고에 응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생명보험사 중 만기환급금 지급재원 공제를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농협생명 뿐이다. 지난 2007년 처음 즉시연금 상품을 출시한 농협생명은 약관에 “가입 후 5년간은 연금 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 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생보사중 유일하게 미지급금 지급권고 대상에서 빠졌다.

나머지 생보사들도 약관에 만기환급금 재원마련을 위해 연금에서 일정액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KDB생명·하나생명 등은 즉시연금 상품 약관에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연금액”이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금감원의 권고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이 약관을 정교하게 만들지 않는데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내용을 약관에 애매모호하게 규정한데서 금감원과의 갈등이 싹 텄다고 볼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에 앞장서야할 책무를 지고 있는 금감원으로서는 보험가입자들이 분명치 않은 약관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고 지급을 권고하고 있으나 생보사들은 손해를 안 보기위해 버티기를 하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보험사들 스스로가 가입자들과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약관을 보다 명확하고 치밀하게 마련해야 하고 금융당국은 금융상품판매를 승인하면서 이를 보다 철저하게 심의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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